[황규인의 잡학사전]운동회 때 왜 청군·백군 나눌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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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경기 광명시 하안남초 운동회 결과. 광명시 블로그
2012년 경기 광명시 하안남초 운동회 결과. 광명시 블로그

“왜 운동회 때는 두 팀을 청군이랑 백군이라고 부르나요? 서로 반대되는 색을 쓰려면 청군 vs 홍군, 백군 vs 흑군 정도가 맞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 C로부터 ‘잡학사전’을 소개 받은 R

정말 감사합니다.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알면 좋은 것을 찾아가는 재미’를 추구하는 잡학사전에 딱 어울리는 질문입니다.

사실 이상하기는 합니다. 미술시간에 배운 ‘보색(補色·반대색)’ 개념을 떠올려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청군 vs 홍군’, ‘백군 vs 흑군’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실제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99.9% ‘청군 vs 백군’ 맞대결 구도지만요.

팀을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오방색(五方色)’ 때문입니다.
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유명해진 낱말 그 오방색 맞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오방색을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다음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가운데는 황색”이라고 설명이 이어집니다.


일단 이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가시죠? 그런데 사실 이 그림은 원래 뒤집어 그려야 맞습니다. 동양에서는 보통 남쪽이 정방향을 뜻하니까요. 그러면 한번 그림을 뒤집어 보겠습니다.


이러면 왼쪽(좌측)에 동쪽(청색)이, 오른쪽(우측)에 서쪽(백색)이 오게 됩니다. 여기서 나온 그 유명한 표현이 바로 ‘좌청룡 우백호’입니다. 원래 이 표현은 남주작, 북현무로 이어지는데, 주는 ‘붉을 주(朱)’, 현은 ‘검을 현(玄)’을 쓰기 때문에 오방색과 뜻이 통합니다.

좌청룡 우백호를 수놓은 자수 제품. 인터넷 캡처
좌청룡 우백호를 수놓은 자수 제품. 인터넷 캡처

이런 구분이 있기에 예전에 차전놀이를 할 때도 팀을 동부, 서부로 나눴습니다. 색깔도 당연히 청색, 백색을 따랐습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아래 사진을 보시면 두 팀이 서로 머리끈 색깔이 청색과 백색인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차전놀이 도중 양 어깨로만 힘을 겨루는 ‘밀백’을 진행 중인 양 팀 선수들. 문화재청 홈페이지
차전놀이 도중 양 어깨로만 힘을 겨루는 ‘밀백’을 진행 중인 양 팀 선수들. 문화재청 홈페이지

이 전통이 이어져 운동회에서도 팀을 나눌 때 다른 색이 아니라 ‘청군 vs 백군’이 된 겁니다. 그러니 학교 선생님 여러분, 팀을 배치할 때 청군 백군을 엉뚱한 방향에 두시면 아니 됩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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