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2월 2일] 2002년 전혀 다른 개념의 복권 ‘로또’ 국내 상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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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기존 복권과 전혀 다른 개념의 복권인 ‘로또’가 발매된다. 기존의 종이복권 대신 통신회선과 단말기가 이용되고 이미 정해진 번호를 사는 대신 고객이 직접 번호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동아일보 2002년 11월 28일자 B12면)

다양한 종류의 복권 중에 중장년층이 기억하는 복권은 주택복권일 것이다. “준비하시고-쏘세요!”라는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돌아가던 원판, 날아가는 화살이 떠오른다. 1969년 당시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한 주택복권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기 발행복권이었다.

시간이 흘러 2002년 12월 2일 발매된 ‘로또’ 복권은 새로운 형식이 눈길을 끌었다. 정해진 숫자가 종이에 적혀 있는 주택복권 형식이 아니었다. 1에서 45까지의 숫자 중 6개의 다른 숫자를 고객이 스스로 골라 모두 맞으면 1등에 당첨되는 형식이었다.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금이 이월된다’는 점(당초엔 이월횟수가 5회였으나 반응이 과열되면서 2003년 2회로 제한됐다), 구매자가 많을수록 당첨금이 늘어난다는 점도 기존 복권과 달랐다. 당첨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인생역전’의 기회로 여겨진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로또가 발매된 지 4개월 뒤인 2003년 4월 강원 춘천시의 경찰관 A씨가 407억2000만 원의 당첨금을 받아 화제가 됐다. 역대 로또 최고액 1등 당첨금이었다.

하루아침의 횡재였지만 한편에선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역대 2위 당첨금인 242억 원을 받았던 김모 씨는 주식 투자와 부동산 구입 등에 돈을 뿌리다 당첨금을 탕진했다(동아일보 2014년 10월 23일자 12면).

사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814만5060분의1이다.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80만1923분의1)보다 10배 더 희박하고,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428만9651분의1)보다 2배 더 힘들다.

그럼에도 로또는 여전히 인기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3조55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로또 판매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49억 원 늘어난 1조85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판매액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중산층, 서민이 더 많이 찾는 로또의 특성을 생각하면, 경기불황에 따른 로또 구매 행렬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턱없이 희박한 확률에도 로또를 구매하는 건 ‘인생 역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이자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위로받으려는 바람도 있다. 사람들이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이유는 복권과 함께 하는 일주일 간의 설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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