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아토피는 긁게 두고 햇볕 쬐면 낫는다?’ 안아키 의료법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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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약을 안 쓰고 아이 키우는 자연 치유법을 추구해온 일명 ‘안아키’ 카페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11일 이 카페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이후 카페는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운영자인 한의사 김효진 씨(45)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의료계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아키가 주장하는 자연 치유법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안아키 주장과 의료계 지적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정리했다.

① 예방 접종 안 해도 된다?

안아키는 수두 홍역 등 필수 예방 접종은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예방 접종을 안 하는 것보다 백신 부작용이 더 위험하다는 논리다. 안아키 운영자 김 씨는 특히 수두는 가볍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있는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수두 파티’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가 예방 접종을 안 했는데 수두에 걸리지 않은 것은 다른 아이들이 예방 접종을 했기 때문”이라며 “지역 사회에서 예방 접종을 안 하는 사람이 늘면 지금은 거의 사라진 감염병이 다시 대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수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드물지만 2차 세균감염 폐렴 뇌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임신부는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 예방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안아키가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져 유럽에서 홍역이 다시 유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잘못된 정보로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면 그 후폭풍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말했다.

② 아토피는 긁게 두고 햇볕 쬐면 낫는다?

안아키는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에 걸리면 가려워도 긁게 두고 햇볕을 쪼이고 소금물로 씻기라고 권고한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안지영 홍보이자(피부과 전문의)는 이에 대해 “비의료인이 봐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지적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주로 어린아이에게 나타나는데 심한 가려움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안 이사는 “가려운 곳을 긁게 두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생기고 2차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특히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리면 형제자매나 이웃 아이에게까지 옮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토피피부염을 방치하면 천식 비염 당뇨병 비만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과 같은 정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환자의 꾸준한 관리만이 아토피피부염 증상 악화와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면서 “특히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③ 열이 나도 해열제 먹이지 마라?

안아키는 아이가 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이지 말라고 한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뇌질환이 있는 아이에게는 반드시 해열제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부전, 뇌손상까지 입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단 38.5도 이상의 고열이 아니고 오한 증상이 없다면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옷을 시원하게 입히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는 게 열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엄 교수는 “해열제 사용 여부는 아이의 질환이나 상태에 따라 다른데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해열제를 쓰지 말라는 건 위험한 주장이다. 잘못하면 아이를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안아키의 주장은 근대 의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백신이 없었던 1800년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안아키가 ‘가짜뉴스’로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④ 설사에는 숯가루 먹여라?

이 교수는 설사 증상이 있으면 숯가루를 먹이라는 안아키 주장에 대해서도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했다. 설사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아이에게는 바이러스, 세균에 의한 설사가 흔하다. 이 교수는 “설사 증상이 있으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증을 막는 게 최우선”이고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면 항생제를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쉬면 낫는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원래 비판 성명만 내려고 했으나 안아키 운영자 김 씨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잘못된 정보가 더 확산되는 걸 막고자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김 씨의 공개 토론 제안에 대해 “토론을 하면 김 씨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힘을 실어줘 국민들에게 오해를 줄 여지가 있다”며 “김 씨가 아직 제안하지 않았지만 하더라도 공개 토론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한한의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예방 접종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활발히 시행되던 치료법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인두법과 우두법을 소개한 게 그 효시”라며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의학 상식과 치료를 부정하는 것은 영유아 건강에 치명적”이라며 안아키를 비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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