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도 육아 힘겹긴 마찬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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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행복원정대/엄마에게 날개를]<3>이중고 시달리는 직장맘
남편은 “돈벌면 그만” 육아 뒷짐… 자녀 성적은 무조건 엄마 탓
억울해서 ‘독박육아’ 신조어까지

행복은 어디에…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전업주부들은 맞벌이 주부들에 비해 행복도가 높았다. 하지만 “집에서 노니까 육아는 모두 엄마 책임”이라는 ‘독박육아’는 버거워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들이를 나온 주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행복은 어디에…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전업주부들은 맞벌이 주부들에 비해 행복도가 높았다. 하지만 “집에서 노니까 육아는 모두 엄마 책임”이라는 ‘독박육아’는 버거워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들이를 나온 주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개월 된 딸 키우는데 독박육아 정말 지칩니다. ‘남의 편’이라는 남편은 아기가 아파도 들여다보지도 않아요.”

‘독박육아’는 최근 인터넷 육아 관련 카페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혼자 억울하게 뒤집어쓴다는 뜻의 은어 ‘독박 쓰다’에서 나온 신조어로 엄마가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전업맘들이 독박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생긴 후 기간제 교사 일을 그만둔 유모 씨(30)는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화장실을 가거나 샤워를 하기도 힘들다. 구청에서 하는 부모교실에도 아이를 데리고는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업맘들은 ‘집에서 노는 여자’라는 시선도 불편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엄마들’을 비하하는 ‘커피충’이라는 말이 생겼다. 갓 돌이 지난 딸을 키우는 최모 씨(34)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전업맘들끼리 커피를 사서 마트 푸드 코트에서 마신다”며 “외출할 때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 데리고 나오면 ‘민폐 끼친다’는 시선을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학령기 자녀가 버겁기는 전업맘들도 마찬가지다. 주부 한모 씨(44)는 “외벌이 집안에서 아이 성적은 무조건 엄마 탓이다. 회사에서 실적을 따지듯 남편이 ‘사교육비로 가져다 쓴 돈이 얼만데 성적이 이것밖에 안 나오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고 했다. 강모 씨(42)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내가 뭘 잘못 가르쳤지?’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남편조차 ‘엄마가 잘못해서 아이의 성적이 나쁘다’고 쉽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대가족이 함께 육아를 했지만 지금은 엄마 혼자 맡는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한 전업맘들은 고립감을 호소하기 쉽다”며 “육아가 미래 세대의 노동력을 키우고 사회화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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