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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교육혁명중]<1>美 뉴욕 브롱크스 랩 스쿨

입력 2008-01-28 02:52:00 수정 2009-09-25 18: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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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도 재미있게
16일 미국 뉴욕 브롱크스 랩 스쿨의 물리수업 시간에 담당 교사인 에이미 샤피로 씨(가운데)가 롤러코스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운동에너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브롱크스 랩 스쿨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큰 성과를 내면서 최근 뉴욕 교육개혁의 ‘모범생’으로 떠올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4년전 5명중 1명 겨우 졸업 2008년 졸업반 전원 대학 문 노크

학생 96%가 흑인-히스패닉… 교육환경 최악

“학교운영도 경영” CEO 교장이 분위기 일신

토론식 참여 수업에 문제아들 서서히 변화

교사도 헌신적… 공부 - 인생상담 멘터 역할

《16일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지역에 있는 에번더 차일스 교육캠퍼스. 4층에 있는 브롱크스 랩 스쿨 취재를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일반 학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건장한 보안요원 4명이 입구에서 모든 방문객을 일일이 체크했다. 휴대했던 컴퓨터 가방도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했다. 마치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범죄발생률이 매우 높은 대표적 낙후지역 브롱크스의 현실을 보여 주는 듯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리자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토론식 수업,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서 책을 읽는 학생들, 일부 학생은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 열심히 문서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돈되고 차분한 학교 풍경은 바깥 브롱크스 지역과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뉴욕의 교육개혁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뉴욕 시 교육국에 ‘모범적인 공립학교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교육국 관계자는 “반드시 브롱크스 랩 스쿨을 봐야 한다”고 강력히 추천했다.》

○하버드도 깜짝 놀란 브롱크스의 기적

뉴욕의 부자들은 보통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비싼 학비가 들더라도 사립학교에 보낸다. 그만큼 공립학교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내에 있는 학교는 중산층이 사는 교외지역 공립학교와도 전혀 환경이 다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2002년 취임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공교육 개혁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었다.

브롱크스 지역은 뉴욕에서도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하다. 브롱크스 랩 스쿨 학생들의 인종 구성만 해도 흑인과 히스패닉(중남미계)이 각각 56%, 40%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가정 환경이 어려워 무료 급식이나 급식비 보조 대상이 81%에 이른다.

과거 학생 졸업률이 20%에도 못 미쳤던 이곳에서 브롱크스 랩 스쿨은 불과 4년 만에 그 비율을 90%로 높였고 올해 졸업하는 학생 전원이 대학에 지원했다. 세계적인 경영학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사례로 다룰 만큼 ‘브롱크스의 기적’은 뉴욕의 교육개혁을 상징한다.

지난해 말 결과가 나온 조기 전형에서 일부 학생은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꼽히는 미들베리대, 브랜다이스대 등을 포함해 5개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올해 초 발표되는 일반 전형에서는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코넬대 등 아이비리그에 지원서를 넣은 학생들도 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프레더리카 안사(18) 양도 올해 졸업생 중 한 명. 그는 이미 조기 전형에서 버지니아 주 셰넌도어대의 약학과 합격증을 받았다. 올해 초 결과가 나오는 일반 전형에선 뉴욕 주 버펄로대 약학과에 지원해 놓은 상태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개인적인 사정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 준다. 수업시간 중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수업이 끝난 뒤 다시 찾아가 물을 수도 있다. 선생님이 항상 늦게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약사가 꿈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꿈을 이뤘다.”

○성공 이유는 자율성과 창의적인 발상

마크 스턴버그 교장은 이 학교에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한다. 교사 등 직원 채용은 물론이고 학교 운영의 모든 일에서 전권을 행사한다.

개교할 때부터 브롱크스 랩 스쿨의 틀을 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당시 뉴욕 시 교육국과 계약서를 작성했다.

학교 운영의 전권을 위임받는 대신 매년 자신들의 성과에 대해 평가를 받겠다는 것. ‘자율지대(Autonomy Zone)’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는 30명의 교장이 참여했다.

스턴버그 교장도 당시 ‘출석률 90% 이상, 뉴욕 시 주관 과목별 시험 합격 비율 80%, 영어 수학 점수의 현저한 향상’을 내용으로 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학교 운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

스턴버그 교장은 “제일 중요했던 것은 새로운 브롱크스 랩 스쿨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이해하고 실력을 갖춘 교사들을 채용하는 것이었다”며 “인터뷰를 거쳐 모든 교사를 직접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2004년 학교가 개교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교사가 힘들다고 그만둬 교장이 수업을 대신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도 적극 도입했다. 모든 학생이 1년에 세 차례 참여하는 ‘탐색 주간(Explore Week)’이 대표적인 사례.

탐색 주간에는 캠핑이나 특정한 주제에 대해 프로젝트 수행, 대학 방문 등의 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유대감을 키우고 ‘학교 밖 세계’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간다.

브롱크스 랩 스쿨은 매년 20명을 선발해 중국으로 보내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진행해 오고 있다.

○헌신적인 교사의 힘

브롱크스 랩 스쿨에는 대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명문대 졸업생을 교사로 파견하는 시민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FA)’ 출신 교사가 많다. 스턴버그 교장도 그런 경우다.

진학상담 교사로 일하는 에이미 크리스티(29) 씨도 매사추세츠 주의 스미스대를 졸업하고 TFA에 합류하면서 교사의 길에 들어섰다.

크리스티 씨는 “브롱크스에서 태어나면 대학 진학률이 미국 평균의 7분의 1이라고 한다. 브롱크스에서 태어나면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TFA, 그리고 브롱크스 랩 스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브롱크스 랩 스쿨의 모든 교사는 학생들의 멘터(조언자) 역할을 한다. 교사 1인당 학생 12명이 한 개의 팀을 구성한다. 이들은 1주일에 4차례 만난다. 교사는 학업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가정에 무슨 일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상담과 조언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가정환경이 불우한 브롱크스 랩 스쿨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브랜디 도킨(17) 양은 “이곳에서 선생님은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 상담까지 해 준다”며 “모두가 친구처럼 지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을 포함해 모든 선생님을 항상 성(姓) 대신 이름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기자 블로그

■‘35세 청년 교장’ 마크 스턴버그

“학교도 리더십이 좌우

비전 있어야 개혁성공”

마크 스턴버그(사진) 브롱크스 랩 스쿨 교장을 처음 만났을 때 기자는 두 가지 때문에 놀랐다. 첫째는 그가 35세의 젊은 나이라는 점, 둘째는 별도의 교장실이 없다는 점이었다.

동안(童顔)이라 실제 나이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그는 다른 교사들과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공간도 다른 교사들과 똑같이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스턴버그 교장은 프린스턴대에서 학부를 마친 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과 교육학 복수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이후 교직에 투신해 브롱크스 등 빈곤층 밀집지역에서 교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교사를 지원한 이유에 대해 “만약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돈을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었을 테지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또 내가 제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턴버그 교장은 ‘경영학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즉답했다.

그는 “교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과거 교사로 일할 때 내가 경험한 교장이 3명이었는데 그들은 전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전 없는 교장이 이끄는 학교가 실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롱크스 랩 스쿨의 성공이 다른 학교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모두에게 완벽한 모델은 없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장 교사 학부모 등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수록 그만큼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수시로 직원들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예의가 아닌데….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간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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