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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23>네덜란드 물류대학 S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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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23>네덜란드 물류대학 STC

입력 2006-04-01 03:01수정 2009-10-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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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항만은 각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들의 집결점이자 출발점으로 선적과 하역을 담당하는 대형 크레인이 필수적이다. ②STC 재학생이 교실에 갖춰진 실물과 똑같은 준설선 조종실에서 실습하고 있다. ③학생이 앉은 크레인 시뮬레이터(가상 실습장비) 조종실 밖에는 컨테이너로 가득한 항만의 장면이 실제처럼 펼쳐져 있다. 사진 제공 STC

네덜란드 중서부 조이트홀란트 주에 있는 이 나라 제2의 도시 로테르담. 이곳은 최근까지 30여 년간 세계 최대 항만의 명성을 누렸으며 지금도 유럽연합(EU)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로테르담은 EU 각국으로 향하는 선박과 철도, 운하 화물의 중계항이자 환적항. 원유 수입도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EU 각국의 해상 운송 중 60%를 차지하는 연근해 또는 운하 운송의 출발점이다. 이러다 보니 각종 첨단 물류시설이 들어서 있다.

로테르담을 흘러 지나는 마스 강 하구에는 배 위의 함교(艦橋·함장의 지휘소) 모양을 한 대형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물류대학인 STC(Shipping and Transport College)와 STC그룹 본부가 들어선 건물이다. 2005년 7월 입주한 첨단 빌딩이다. 이 그룹은 대학 외에 자문, 연구, 안전관리, 인사관리 등 국내에만 5개 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상 및 육상 운송과 항만, 조선, 어업, 준설에서부터 원유 및 화학 산업까지 가르친다. 물류를 중심으로 연관 분야까지 교육하고 있어 네덜란드 최고이자 세계 유일의 물류대학이라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해 보고 이해한다(I do and I under-stand).’

이 구절은 STC가 가장 강조하는 교육 방침을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교육이 실습 위주로 짜여 있음을 알려준다. 카럴 데 쿠이어르(61) STC그룹 수석기획부장은 “여기서는 책을 펴들고 공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STC 건물의 한 개 층은 각종 시뮬레이터(가상실습 장비)로 가득하다. 기중기 시뮬레이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시뮬레이터 안에 앉으면 실제로 어느 항만의 크레인을 운전하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시뮬레이터가 켜지면 주위에 지상 5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이 실제처럼 재현된다. 조종석 손잡이를 움켜쥐면 학생은 이내 어느 항구의 크레인 작업자와 마찬가지 상황에 맞닥뜨린다.

손잡이를 움직여 야적된 컨테이너를 화물선으로 옮기거나 화물선이 싣고 온 컨테이너를 하역할 수 있다. 한순간의 부주의나 운전 실수는 실제와 같은 사고 상황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크레인 작동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카스 판 데르 반(57) STC그룹 기획부장은 “내가 선박 운항 기술을 배울 때는 은퇴한 70대 연금생활자가 실시한 교육이 전부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기술을 금방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TC가 보유 중인 크레인, 선박 운항, 선박 엔진, 준설, 화학설비 등 각종 시뮬레이터의 총가치는 2800만 유로(약 328억 원)에 이른다. STC는 항만 현장의 기술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시뮬레이터 장비 개선에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STC그룹은 자체 기술로 시뮬레이터 작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일부 장비를 독일과 덴마크에서 수입할 뿐이다. 판 데르 반 기획부장은 “최근 부산의 동명대학에 크레인 시뮬레이터를 90만 유로(약 10억 원)에 판매했다”고 귀띔했다.

4년제인 STC의 교직원은 420여 명, 재학생은 3800명이다.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의 인가를 받은 유일한 해운, 운송, 물류대학이며 학비는 전액 무료다. STC그룹이 자문과 연구개발 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STC에 투자한다. STC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4000만 유로(약 470억 원)에 이른다.

4년 과정 외에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각종 장단기 과정도 개설해 놓았다. 이 과정 수강생이 연간 8000명에 이른다.

STC 졸업생은 물류관리사와 해운 관리, 해운 기술자, 준설 전문가, 크레인 기사 등 해운 및 물류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1, 2학년은 개론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공 분야는 3학년 이후 깊게 배운다. 물론 학생들은 적성에 따라 도중에 전공을 바꿀 수 있다. 4학년생은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실습을 하며 보낸다. STC는 현재 4년제 과정에 외국 학생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과 오만에 분교가 있으며 현재 전남 광양시와 분교 설립 계획을 협의 중이다.

로테르담=이 진 기자 leej@donga.com

■ 쿠이어르 STC그룹 수석부장

“물류인력 수요 급증할 것 한국 광양에 분교 낼 예정”

카럴 데 쿠이어르(61·사진) STC그룹 수석기획부장에게 “왜 외국 학생은 받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유를 밝히는 대신 “베트남과 오만에 분교가 있으며 곧 한국에도 세울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모든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운영 방식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STC그룹은 2004년 11월 전남 광양시와 ‘STC-광양’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현장 실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STC그룹 이사회는 설립 결정을 내렸다.

데 쿠이어르 수석기획부장은 “개교 시점 결정은 이사회 권한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면서도 ‘STC-광양’의 운영 방향은 분명히 밝혔다.

물류학 교수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될 실무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란 점이었다.

왜 광양일까. STC그룹은 이곳이 자유무역지대란 점과 머지않아 현재 8개인 하역터미널이 33개로 확충되면 동북아와 세계를 잇는 관문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중시했다. 데 쿠이어르 수석기획부장은 “그렇게 되면 항만 및 물류 관련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STC-광양’의 개교 시점을 거듭 묻자 그는 “2, 3년 후에는 첫 입학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 쿠이어르 수석기획부장은 STC 진학을 원하지만 현재는 불가능한 외국인들을 위해 STC와 같은 건물에 들어 있는 자매학교 ‘국제해운학교(IMTA)’를 추천했다. 8개월 과정인 IMTA는 해운과 항만 분야의 중간 관리자를 재교육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수강생은 13명.

방글라데시 국적의 수강생 하시나 아르주(35·여) 씨는 “교육 기자재가 풍부해 만족스럽다”며 “수강생 대부분은 STC가 올해 9월 개설하는 해운 석사과정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학교 측은 1년에 1명꼴로 한국인이 IMTA에 참가 중이며 현재까지 한국인 이수자는 모두 18명이라고 밝혔다. 8개월 학비는 1100유로(약 130만 원).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구사 능력은 필수다.

로테르담=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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