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32>10점에 만족하는 미국, 100점 좋아하는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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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처음 폭로한 뉴욕타임스 기사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처음 폭로한 뉴욕타임스 기사
“I am a 28 year old woman trying to make a living and a career. Harvey Weinstein is a 64 year old, world famous man and this is his company. The balance of power is me: 0, Harvey Weinstein: 10.” (나는 생계를 이어가고 커리어를 쌓으려고 하는 28세 여성이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64세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내가 다니는) 이 회사는 그의 회사다. 파워 균형으로 보자면 나는 0이고 하비 번스틴은 10이다)

지난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 기사 중 일부입니다. 로렌 오코너라는 하비 와인스타인 회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뉴욕타임스에 보내온 편지 내용이죠. 두 명의 여기자가 쓴 이 기사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미국 정계와 미디어 분야의 유명 인사들에 대한 성 추문 폭로가 줄을 이었죠. 하비 와인스타인이 부인이나 변명을 할 수 없도록 물샐 틈 없이 철저하게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성 추행, 성 폭력과 관련된 이슈는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만 뉴욕타임스의 하비 와인스타인 기사는 특별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개의 장문의 기사 중 가장 임팩트 있는 것으로 오코너 씨의 편지가 꼽힙니다. 왜 많은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죠.
하비 와인스타인 기사에서 로렌 오코너 씨가 말한 부분
하비 와인스타인 기사에서 로렌 오코너 씨가 말한 부분

오코너 씨는 “세력균형의 추가 있다면 나는 0이고 그는 10”라고 숫자를 동원해 말합니다. 뭔가 확 닿는 효과가 있죠. 여기서 오코너 씨는 10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뭔가를 평가할 때 10점이 만점이고 최대치를 말해주는 숫자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100을 좋아합니다. “남편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주시겠습니까?” “음, 80점이요.” 한국 TV에서 이런 대사 많이 들어본 듯 한데요. 어릴 적 빨간 색연필로 100이라고 쓰인 시험지를 받고 싶었던 적 있으시죠. 왜 힘들게 100까지 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인들은 ‘100점 사랑주의자’들입니다.

“100점 만점에 몇 점 주겠느냐”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표현인데요. “On a scale of one to ten, how would you rate ~?”라고 하죠. ‘1부터 10까지 매긴다면 ~에 몇 점 주겠느냐’ 정도 되겠죠. 한국식으로 ‘ten’ 대신 ‘hundred’(100)라고 했다가는 상대방 미국인이 이상하게 쳐다볼 겁니다. ‘ten out of ten’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10점 만점에 10점’이니 최고를 뜻하죠.

한국인들이 100점을 좋아하는 건 그렇다 치고 왜 그 넓은 땅에 살면서 세계 제일이라고 외치는 미국이 겨우 10점에 만족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성서의 영향의 아닐까 싶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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