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23>회식은 익숙한데 美 파티는 부담스러운 한국인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5일 16시 14분


코멘트
미국 어린이의 생일 파티
미국 어린이의 생일 파티
“Let‘s mingle.”(어울리자)

미국에 간 한국인들이 영 내켜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좋아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습니다. 그 이름 하여 ’파.티.‘ ’파~리‘라고 발음하기도 하죠. 파티는 미국 사회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미국인이 여는 파티에 참석한 한국인들은 영 몸에 안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합니다. 파티 며칠 전부터 고민이 한 가득입니다. ’뭐를 입고 가지‘ ’무슨 얘기를 하지‘ ’아무도 나를 상대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등을 고민하다 ’그래 가지 말자‘라는 결론에 이르죠.(제 얘기는 아닙니다^^).

특파원 생활을 하다보면 파티나 리셉션에 참석할 기회가 자주 있습니다. 일단 파티장에 들어서면 부담 그 자체입니다. ’다들 재미있게 얘기하는데 내가 끼어들 자리가 있을까‘하는 고민을 잠시 하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눈신호를 줍니다. ’어색하게 서 있지 말고 어울리자.‘ 그럴 때 하는 말이 바로 “렛츠 밍글(Let’s mingle)”입니다. mingle이라는 단어는 blend처럼 뭔가 섞고 합치는 의미인데 blend보다는 좀 더 사회적 세팅에서 많이 씁니다.

한국인들은 단체로 방바닥에 앉아 몇 시간 씩 고기를 구워먹고 술잔이 오가는 회식에는 익숙한데 왜 파티는 부담스러워 할까요. 회식은 3차까지 가면서 파티에 가선 30분을 견디기 힘들어하죠.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는 부담감이요? 회식에서도 모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요? 미국 생활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영어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파티에서는 고난도 영어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한국 남자보다 여자가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합니다. 여자는 영어에 빨리 익숙해지고, 파티에서도 자연스럽게 밍글합니다. 파티에서 보면 뒤쪽에서 잔 하나씩 들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계신 한국 남자 분들이 꽤 있지요.

그렇다고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가’라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파티 크라우드(파티에 모인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한 그룹에 접근해 대화에 낀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미국인들도 파티를 어려워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파티에서 살아남기’ ‘파티 이렇게 즐겨라’ 같은 매뉴얼이 뜹니다. 그런 내용을 읽어보면 파티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고, 시선 처리는 어떻게 하고,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처음 말을 걸어야 하나 등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파티는 서구인들이 여흥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식일 뿐입니다. 파티가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되겠죠. ‘즐겁게 놀 의지가 없으면 가지 마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