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위드 월드] ‘똥’이 가져다주는 공부의 즐거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1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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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생들이 ‘똥 공부’의 즐거움에 빠졌다. 모든 예문에 ‘똥’이 들어간 ‘똥 한자 연습장’은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이유로 3월 하순 발매되자마자 큰 화제가 됐다. 두 달가량 지난 5월말까지 판매부수는 228만 부에 이른다. 학년별로 1권씩, 6권만으로 1006자의 초등학교 한자를 모두 익히도록 설계돼 있다.

한자 한 글자마다 3개의 예문이 있는데 모든 예문에 ‘똥’(うんこ)이 들어가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가령 ‘의논할 의(議)’라는 한자의 예문은 “지금부터 똥회(의)를 시작합니다”가 되는 식이다. ‘맹세할 맹(盟)’의 예문은 “우리 똥 동(맹)에 너도 가(맹)하지 않을래?”, ‘새로울 신(新)’은 “똥의 새로운 이름을 생각해보자”가 된다.

초등학생들은 “어디건 똥이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다”거나 “한자를 싫어했는데 이건 푹 빠져든다”고 입을 모은다. 보호자들도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뻐하고 있다.

6권 1006자의 예문 3018개를 직접 만든 영화감독 후루야 유사쿠(古屋雄作) 씨는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똥’은 아이들에게 입에 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마법의 단어”라고 말한다. 출판사 사장이 “아이들의 똥에 대한 에너지를 공부에 살리면 어떨까”고 제안해 약 2년에 걸려 제작했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잘 팔리거나 아예 안 팔리거나, 둘 중 하나라 생각했지만 이정도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희색을 보이고 있다.

똥 한자연습장의 인기 이유에 대해 도쿄신문은 “한자의 반복학습이라는 폐쇄감을 느끼기 쉬운 공간에 웃음을 도입한 것이 해방감을 주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교육학자인 사이토 다사키(齊藤孝) 메이지대 교수는 “기억은 기묘한 에피소드와 겹쳐지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들이 일단 학습에 재미를 붙인 뒤에는 아름다운 일본어를 좀더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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