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실수요자까지 세금 압박… 정부내서도 “정책 역효과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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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대책 쏟아내는 정부]양도세 면제조건 2년→3년거주 강화

5일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고가 아파트 매매와 임대가격이 표시된 시세판이 걸려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고가 아파트 매매와 임대가격이 표시된 시세판이 걸려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가 서울 등 전국 43개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자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주 요건을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는 것은 집으로 얻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 집을 사는 사람에게 최소한 3년 동안은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단기 차익을 기대하는 심리를 억누르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통상 실수요자로 간주되는 1주택자에게 집값 상승의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다주택자 수요를 잡기 위해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부동산 시장의 급등을 막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1주택자를 부동산 대책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기준이 강화되면 그만큼 매매 시장에 풀리는 주택 공급이 줄어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정부, 1주택자 겨냥 세 부담 강화키로


지금까지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은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널을 뛰었다. 늘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대상자가 많은 만큼 시장에 대해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기도 했다. 실제 정부는 2002년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서울과 경기 과천 등 일부 지역에 한해 ‘3년 보유’였던 비과세 요건을 ‘3년 보유 1년 거주’로 바꿨다. 이듬해에는 ‘3년 보유 2년 거주’로 강화했다. 이후 2011년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실거주 기준을 없앴다가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때 거주 기준이 부활했다.

기획재정부는 하반기에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1주택자의 실거주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것과 더불어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면제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일 예정이다. 다주택자 위주인 현재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서울 등 집값이 폭등하는 지역으로 몰리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을 통해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2년 보유’에서 ‘2년 실거주’로 강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주택 수요가 몰리자 1년 만에 실거주 기간을 1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더라도 대책 발표일 이전에 집을 갖고 있던 1주택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발표일 이후 집을 사서 새로 1주택이 되는 사람만 3년 거주 요건이 적용된다.

정부는 또 1주택자가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최대 80%까지 부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60%로 낮추거나 80% 적용 기간을 15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고가주택의 양도세를 과도하게 낮춰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정은 이외에도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표 기준을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추고 1년 미만의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당정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1주택자까지 투기 세력으로 몰아가나” 논란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1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무리한 수요억제책으로 집값 잡기에 실패해 놓고 1주택 실수요자까지 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무리하게 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주택자 중과세 등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강화하면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주춤하겠지만 기존 보유자들이 공급을 줄이니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며 “기존 세제를 조금씩 손보는 것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여당과 청와대로부터 연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부동산 대책 주문이 떨어져 정책을 손보고는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자신 없어 하는 목소리가 많다. 효과가 있는 정책이었다면 지난해 8·2대책에 이미 공개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정부는 당초 “부동산 관련 세제는 세법과 관련한 사안이 많아 정부가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다가 계속되는 정치권의 요구에 소득세법 시행령과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손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주택자 실거주 기간을 강화하는 건 어떻게 보면 거래세 완화 방침과 반대로 가는 정책”이라며 “정부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고 부작용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세제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정부는 정책 목적이 서로 충돌하는 수단을 같이 사용하려 한다”며 “어느 한쪽을 조이면 한쪽은 풀어주는 등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목표 타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집값#부동산 대책#1주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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