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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환경 그대로인데… 지원금 준다고 中企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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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환경 그대로인데… 지원금 준다고 中企 갈까요?”

이건혁기자 , 구특교기자 , 김준일기자 입력 2018-04-10 03:00수정 2018-04-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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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확성기]<4> 호응 못 받는 中企 채움공제

최재웅 씨(29)는 지난해 4월 경기 안산시의 한 심리상담센터에 취업했지만 4개월 만에 퇴사했다.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정부가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공제)에 가입돼 있었지만 잦은 야근에다 급여도 제때 나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했다. 최 씨는 “중소기업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청년공제는 청년들이 불합리한 환경에 묶여 있게 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청년이 2년간 300만 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의 추가 납입금으로 만기 때 1600만 원을 만들어주는 청년공제를 도입했다. 올 3월에는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해 청년이 3년간 600만 원을 내면 3000만 원을 탈 수 있게 해주는 3년 만기형 공제를 도입했다. 임금 측면에서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돈만 많이 주는 곳이 아니었다.

○ ‘돈과 미래를 맞바꿀 생각 없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든다고 해서 2, 3년이나 중소기업에 붙어 있긴 힘들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입사한 김동규(가명·29) 씨의 목표는 뜻밖에도 ‘이직(移職)’이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하면 목돈을 준다지만 김 씨는 돈 때문에 미래가 걸린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오래 근무해야 불입금을 탈 수 있는 청년공제는 이직이 빈번한 업종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장모 씨(31)는 자신이 속한 디자인업계에서는 청년공제로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업종 특성상 입사 초반에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옮겨 다니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장 씨도 벌써 세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는 “계약직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이직하는 청년들도 그동안 거친 회사가 중소기업이라면 혜택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계약직도 목돈 마련할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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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이 제도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김명정 씨(24)는 “중소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에게는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자신도 취업하면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공제제도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기존 제도를 손질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공제제도에 가입할 수 있는 기한을 ‘입사 후 1개월’에서 ‘입사 후 3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이미 시한을 놓친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 작년 말 중소 건축회사에 입사했지만 공제를 신청하지 못한 김모 씨(26)는 “일종의 적금에 드는 셈인데 시한을 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취업자들은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위한 내일채움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와 회사가 1 대 2 비율로 납입해 5년 동안 목돈을 모아주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2만2920명이 가입했다. 전체 중소기업 재직자(1350만 명)의 0.2% 수준이다. 기업 참여율도 0.3%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추가 부담을 우려해 제도 가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재직했던 이모 씨(31)는 “내일채움공제를 문의했더니 회사가 오히려 월급을 깎으려 해 가입을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정부 보조금을 3년간 108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기업 부담금이 1200만 원에 이른다.

○ 청년 자존감 높이는 ‘히든 챔피언’ 키워야

청년들을 채용해야 할 기업인들은 공제제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김포시의 한 제조업체 대표 박모 씨는 “청년들이 일자리 대책으로 받은 돈을 퇴직금 삼아 퇴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전산업체 대표 박모 씨도 “청년 입사자들로선 3년 뒤 목돈을 받은 다음에는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청년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시적 정책에 대한 불신이 청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에도 퍼져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정책이 당장의 중소기업 취업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돈을 얹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가 자존감을 높이는 ‘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 지원책보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소득이 늘 뿐 아니라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구특교·김준일 기자
#중소기업#청년내일채움공제#취업#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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