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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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4·27 남북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고 북-미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회담이 한국 경제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한반도는 역사적 격변기를 맞이할 수 있다. 반면 회담 결과가 나빠 북-미 관계가 더욱 꼬일 경우 지정학적 위험도는 근래 보지 못했던 수위까지 오를 수 있다. 즉, 극단적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인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유형의 장세는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으로 분류한다. 섣부른 예측은 어렵지만 그래도 잘만 대응하면 해볼 만한 장세라는 뜻이다.

북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코스피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선진국 증시 대비 평균 40%, 신흥국 증시 대비 평균 25%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만약 미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한국 증시를 짓눌렀던 저평가 요소들이 사라지면서 국내외의 투자 심리는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파워게임 속에서 감내해야 했던 군사적 외교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인 높은 수출 의존도, 대외 변수에 대한 취약성도 개선될 수 있다. 북한과 경제 협력이 본격화되면 한정된 내수 시장을 확대할 수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가령 현재 베트남으로 쏠린 섬유, 잡화, 식품 등 아시아 경공업 시장 자본이 북한으로 움직일 수 있다. 광범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각종 자원 개발과 주택 건설, 관광 등 한국 경제에 파급력이 큰 산업이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성화되고, 한반도 전체가 기존 1, 2차산업과 첨단 혁신산업의 투트랙 성장 벨트로 균형을 찾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단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모든 게 이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칼에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기대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다만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국내 증시를 괴롭혔던 시장 저평가 요소가 바뀌는 첫 단추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번 회담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촉매가 된다면 그 의미는 한층 더 커진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라는 외교가의 격언을 기억한다면 이 같은 기대가 단지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남북 정상회담#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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