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국내 헬스케어株 역대급 랠리의 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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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이승호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연초부터 글로벌 제약업계의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올 1월 발표된 글로벌 제약업계의 M&A 규모는 300억 달러(약 32조1000억 원)에 이른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공격적인 M&A에 나선 것이다.

신약 허가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합성신약 37개, 바이오 의약품 25개를 포함해 신약 62개를 허가했다. 이는 1996년 이후 최대치다. 투자자들은 올해도 FDA가 신약 허가를 얼마나 많이 내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의약품 가격과 회계 문제를 둘러싼 부정적인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체이스는 비영리 벤처기업을 설립해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치솟는 의료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 헬스케어 기업들은 생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미국 제약업체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산 의약품의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높다”며 이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유전자 치료제의 안전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S&P500의 헬스케어, 제약, 바이오지수가 5%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회계 문제로 시끄럽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가 자의적으로 처리된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회계 처리 적정성을 점검하는 감리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산업 지원 계획 발표와 신약의 긍정적인 임상실험 결과가 잇따르면서 ‘KRX헬스케어 업종’의 주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74.2%나 올랐다. 2014년 12월∼2016년 6월까지 103.7% 상승한 데 이어 역대급 랠리를 보여준 것이다.

이 때문에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지난해 63.4% 올랐고 실적 대비 주가를 뜻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60.3배로 나타났다. 미국 제약·바이오 업종의 PER가 16.9배, 유럽 16.3배, 일본 26.7배, 중국 30.4배인 것과 비교하면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스피의 의약품업종 PER는 58.8배, 코스닥 제약업종은 50.2배로 2015년 전 고점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

따라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가 들썩이더라도 장기간 주가 상승으로 인한 피로감, 고평가 부담을 고려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승호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제약업계#헬스케어株#헬스케어 산업#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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