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고장난 국가도 자동차처럼 겨울을 이겨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월동 채비를 갖춘 고성능 스포츠카가 눈길을 시원하게 달려 나가고 있다. 겨울용 타이어만 갖춰도 월동 준비의 절반 이상은 한 셈이다. 애스턴마틴 제공
월동 채비를 갖춘 고성능 스포츠카가 눈길을 시원하게 달려 나가고 있다. 겨울용 타이어만 갖춰도 월동 준비의 절반 이상은 한 셈이다. 애스턴마틴 제공
석동빈 기자
석동빈 기자
 가쓰오부시 육수 내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우동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왔습니다. 어제 대설엔 정말 눈발까지 흩날려 자동차도 월동 준비를 해야 할 시기임을 상기시켜줬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힘들게 하고 대기업 총수가 청문회에서 동문서답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치졸한 모습에 허탈해져 자동차까지 챙기기 힘들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계절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사고로 몸이 상하거나 수리비 지출로 좌절하는 일이 없겠죠.

 사실 자동차는 하나의 사회 또는 국가의 구조와 마찬가지여서 운전자(대통령)가 각 기능을 정상적으로 잘 조율해놓지 않으면 위기는 터지기 마련이고 ‘카톡(비선 실세)’하느라 한눈팔고 운전하다가 대형 사고를 내면 운전자는 면허증이 박탈(탄핵)되고 맙니다.

 자동차에서 신경망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와 각종 센서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경고등을 띄워 주고 작동을 제한하며 운전자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빨리 정비를 받으러 가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죠. 문제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사법·사정기관의 역할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거슬린다고 신경망을 느슨하게 만들어 문제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고 되지 않으면 결국 곪아서 촛불 시위처럼 한꺼번에 터져 버립니다.

 자동차의 겨울나기를 최근 시국에 대입해보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 볼까요. 겨울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꼽으라면 타이어입니다. 국가의 행정력과 비견됩니다. 자동차는 타이어로 지면과 접촉하면 굴러가는데 아무리 엔진(경제)과 조향 성능(외교)이 좋아도 여름 전용이거나 다 닳은 타이어는 눈길에선 썰매를 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형편상 겨울용 타이어를 장만하기 힘들다면 최소한 닳지 않은 일반 사계절 타이어라도 준비해야 합니다. 타이어를 관리하지 못하면 엔진이 만들어낸 힘이 허비되고 엉뚱한 결과를 빚고 말죠.

 다음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 냉각수가 얼지 않도록 해주는 부동액(돈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부족하면 냉각수가 얼어 팽창하면서 상수도 계량기처럼 엔진도 동파할 수 있습니다. 3년 이상 냉각수에 손을 댄 적이 없다면 점검 후 교환이나 보충을 해줘야 합니다. 냉각수는 너무 차갑거나 뜨거우면 제 역할을 못해 엔진이 손상되고 맙니다. 사회가 경직되고 얼어붙었다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 마케팅에 소홀하면 서민들은 죽어납니다. 현재의 정국은 운전자가 앞장서서 냉각수를 얼려 버린 꼴입니다.

 배터리(국회)도 있습니다. 영하 10도로 떨어지면 배터리의 성능은 30% 정도 줄어드는데 평소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다면 겨울철 뻑뻑해져서 돌리기 더욱 힘들어진 엔진의 시동을 거는 데 실패합니다. 특히 최근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등 전기장치의 사용이 늘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는데 역시 3년마다 점검이 필요합니다. 국회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활력에 재시동이 걸리도록 힘을 모아 주면 좋겠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바퀴와 차체 사이에 존재하면서 차체를 떠받치고 있는 서스펜션(사회보장제도)은 약간 손상돼도 당장은 차가 움직이는 데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거나 급한 커브 길을 돌아나갈 때 완충장치인 서스펜션이 휘청거리는 차체를 잡아주지 못해 차는 조향능력을 상실하고 전복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존재죠.

 마지막으로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전자장비 등 다양한 장치가 붙어 있는 차체(국민)를 우리는 종종 잊고 지냅니다. 예방 정비를 할 수도 없고 문제가 생겼다고 고치거나 교환하기도 힘든 골격인 데다 특별한 기능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렇지만 차체는 자동차(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입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공무원은 정확히 국민의 평균 수준입니다. 정의감과 준법의식, 배려심이 높은 국민이라면 이런 상황을 맞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국내 한 자동차 회사도 뒤늦게 차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초고장력 강판 사용 등으로 보강을 하면서 주행품질이 높아졌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가 잘 달리게 하려면 근본적으로 차체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유난히 썰렁한 연말이지만 스스로를 ‘자동차’라는 국가를 관리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탄핵당하지 않기 위해 월동준비를 해보면 어떨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대통령#청문회#자동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