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에 연어양식장… 자연의 한계 넘어선 ‘기술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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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2> 세계는 첨단 양식기술 전쟁

도심서 키우고… 컴퓨터로 관리… 양식의 진화 세계적 양식 기술 개발 업체인 아크바가 건설한 노르웨이의 한
 육상 양식장. 이 양식장처럼 물을 정화해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도시 한복판에서도 양식이 가능해졌다(위쪽 사진). 양식장 수질을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덴마크 기업 ‘옥시 가드’의 파우 페테르센 대표가 시스템을 설치한 업체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코펜하겐=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아크바 제공
도심서 키우고… 컴퓨터로 관리… 양식의 진화 세계적 양식 기술 개발 업체인 아크바가 건설한 노르웨이의 한 육상 양식장. 이 양식장처럼 물을 정화해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도시 한복판에서도 양식이 가능해졌다(위쪽 사진). 양식장 수질을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덴마크 기업 ‘옥시 가드’의 파우 페테르센 대표가 시스템을 설치한 업체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코펜하겐=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아크바 제공
 건조한 모래바람이 대지를 휘감는 중국 서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고비 사막. 물 구경하기 쉽지 않은 이곳에 2012년 신기루 같은 시설이 들어섰다. 바로 연간 1000t가량의 연어를 생산하는 양식장이다. 사막에서 민물고기도 아닌 바닷물고기인 연어를 생산하는 이곳은 최첨단 양식기술의 진화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설이다.

 이 사막 양식장을 세운 기업은 덴마크의 양식기술 개발 업체 ‘빌룬 아쿠아’. 지난달 22일 덴마크 빌룬 시에서 만난 마크 러셀 생산 총감독관은 “다양한 첨단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사막이든 도시 한복판이든 어디에나 양식장을 세우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식 기술의 첨단화로 한계에 부딪힌 잡는 어업이 ‘기르는 어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 세계는 양식 첨단기술 전쟁 중

 사막 양식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순환 여과 양식’이다. 빌룬 아쿠아는 이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양식장을 건설하는 업체다. 현재까지 세계 120곳에 순환 여과 방식의 양식장을 세웠다. 순환 여과 양식은 물고기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때 가능하다. 단계별로 보면 물고기의 배설물을 한곳에 모아 걸러낸 후 미생물을 활용해 물을 정화한다. 정화된 물은 재사용된다. 새로운 바닷물을 자주 공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덕분에 육상에서도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양식 연구기관들도 이 기술로 육상 양식장을 세우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양식 선진국에서는 최첨단 양식 기술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물고기를 먹이고, 기르고, 통제하는 모든 기술이 첨단의 영역이다. 양식업을 ‘1차산업’으로 보는 한국 내의 시각과 크게 다른 부분이다.

 물고기 사료도 양식 환경과 물고기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의 개발이 한창이다. 덴마크의 양식 사료 생산업체인 ‘알레르 아쿠아’는 최근 새끼 물고기를 증식하기 위해 알을 낳는 물고기에 특화된 사료를 개발했다. 건강한 알을 낳도록 하기 위해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등의 성분을 강화한 사료다. 알레르 아쿠아는 2014년 사료 연구소를 세우고 맞춤형 사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양어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광어, 우럭 등 10여 어종에 따라 각기 따른 영양소 배합 비율을 맞춘 제품을 개발해 국내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IT와 양식업의 ‘앙상블’

 첨단 정보기술(IT)은 양식업을 살찌우고 있다. IT를 접목한 다양한 양식 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산의 증대와 효율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육상 양식뿐 아니라 해상 양식에서도 질병 발생 위험을 줄이려면 수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수질 관리는 양식에서 첨단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대표적 영역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옥시 가드’는 첨단 수질관리 기술의 세계 선두 주자다. 옥시 가드는 양식장 물의 산소 농도와 산성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양식업체에 제공한다. 이 시스템을 설치한 양식장은 수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세계 어디서든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옥시 가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 회사 임직원 중 3분의 1은 IT 전공자다.

 코펜하겐 본사에서 만난 파우 페테르센 옥시 가드 대표는 “수질 관리뿐 아니라 양식업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IT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양식업이 IT와 접점이 커지고 첨단화된다면 서울 한복판에도 양식장을 세우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해외 수산·양식 전문가들은 양식업에서 IT의 중요도가 커지는 상황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세계적 양식 기술 개발 업체인 노르웨이 ‘아크바’의 판매 총책임자인 비에른 칼센 씨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IT 기업들과의 협업은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말했다. 아크바는 사료 자동 공급 시스템과 양식장 자동 관리 프로그램 등 첨단 양식장의 기반이 되는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다. 칼센 씨를 비롯해 노르웨이에서 만난 아크바 임원들은 “노르웨이와 한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는 이상기후와 같은 공통된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이에 맞설 안정된 양식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IT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 한국, 첨단양식업 선도할 수 있어

 한국 정부와 국내 양식업 전문가들도 한국의 IT 역량이 양식업 분야에서 한국을 선도 국가로 빠르게 이끌 핵심 요소라고 보고 있다. 지금은 한국이 양식 기술이 선진국에 뒤처져 있지만 이런 상황을 뒤집을 열쇠가 바로 IT라는 것이다.

 이상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식산업연구실 전문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양식업의 단계별로 첨단 기술들이 개발됐는데, 아직 이를 하나로 합친 융합시스템은 나오지 않았다”며 “IT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현재까지의 양식 요소 기술들을 합친 시스템 개발이 한국이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융합 양식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양식업계에 기업 등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고 타 분야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양식융합기술 투자포럼’을 다음 달 출범시킨다. 이 포럼에는 삼성전자와 SKT 같은 국내 주요 IT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포럼은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 환경공학, 제어·기계공학 분과로 세분된다. 양식업이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끌었던 IT와 결합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 ::

△소비자경제부=민병선 차장, 한우신 이새샘 최혜령 이호재 기자 △사회부=정승호 광주호남취재본부장, 임재영 차장, 최지연 홍정수 기자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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