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상업화, 뼛속까지 익혀라” 365일 불밝힌 창업가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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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이다]창업가 키우는 글로벌 공대

 매사추세츠공대(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는 1861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공대다. 전통적으로 공학과 물리학에서 앞서가지만 최근엔 생물 경제 언어 경영 분야 등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까지 8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더 나은 세상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혜롭고,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교육 목적을 둔다.
 

 세계 최고의 창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지난달 22일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MIT를 찾았다. 학교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두 장의 큰 컬러 지도부터 보여줬다. 하나는 캠퍼스 곳곳에 있는 창업 관련 센터와 실험실, 지원 기관을 그려 놓은 ‘MIT 창업가 생태계’ 지도였다. 또 다른 하나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가는 24단계’ 개념 지도였다. 창업에 필요한 여섯 가지 질문인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얻는가 △수익 창출 전략은 무엇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가 △어떻게 사업을 확장하는가에 대해 단계별로 답하다 보면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안내도였다. 리처드 레스터 핵과학공학 교수(62)는 “MIT는 캠퍼스 자체가 창업복합단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교와 연구소, 기업의 유기적 결합이 교정 안에서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 그냥 창업이 아니라 ‘혁신 창업’

창업의 요람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마틴 트러스트 창업가센터’는 혁신창업 허브로 학생, 동문, 교수들이 창업의 기초기지로 활용한다. 창업 아이디어와 관련 연락처 등을 낙서처럼 적어 놓은 노란 벽면이 인상적이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창업의 요람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마틴 트러스트 창업가센터’는 혁신창업 허브로 학생, 동문, 교수들이 창업의 기초기지로 활용한다. 창업 아이디어와 관련 연락처 등을 낙서처럼 적어 놓은 노란 벽면이 인상적이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혁신=발명+상업화. MIT 내 혁신과 창업을 결합한 I&E(Innovation & 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의 스티브 하라구치 디렉터(30)에게 “MIT의 창업은 무엇이 다르냐”고 묻자 종이 위에 이런 공식을 적었다. “식당을 차리는 것도 창업이지만 그건 혁신기업 창업이 아니다. 혁신은 새로운 발명과 시장에서의 상업화가 결합됐을 때 가능하다.” MIT에는 혁신창업(I&E) 관련 교과목만 50개 이상 개설돼 있다. 연간 수강생도 3000명이 넘는다. 하라구치 디렉터는 “MIT 출신 창업가들은 일반 스타트업보다 훨씬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그건 혁신창업을 뼛속까지 익히고 세상으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IT 창업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지금 시작하라’는 것이다. 학기 초 창업가센터에서 열리는 ‘t=0(The Time Is Now)’ 프로그램은 ‘혁신창업 DNA를 하루라도 빨리 체득하라’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전자 기계 바이오 경영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자들과 교수, 투자자들이 모여 혁신과 창업에 대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업 파트너까지 물색할 수 있는 기회다. MIT의 대표적 창업경진대회인 ‘10만 달러 비즈니스’에는 해마다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참가한다.

○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창업가센터’


 MIT의 ‘마틴 트러스트 창업가센터’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의 허브 역할을 한다.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면서 창업 관련 강의와 △각종 경진대회 △스타트업 기업과의 연계 △대기업의 협찬 유치 △창업 동문들과의 네트워킹 등을 주관한다. 망치나 절단기 같은 공구부터 고액의 3차원(3D) 프린터까지 다양한 기계설비를 갖춘 실험실도 있다.

 창업가센터는 카페처럼 자유롭고 밝은 분위기였다. 학생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커피머신 뒤쪽 벽면엔 ‘기회를 기다리지 말라. 기회를 창조하라. 오늘을 놀라운 날로 만들어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MIT 특유의 ‘바로 지금’ 창업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이곳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조지프 양 씨(39)는 캐나다 토론토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와 대형 항공기 제조회사 등에서 일하다가 창업을 위해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MIT는 여러 학문을 융합해 체계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시스템학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항공공학 전문 지식과 경험을 건물 에너지 효율 분야에 적용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MIT 졸업생들이 세운 벤처기업 중 현재 운영 중인 기업은 3만 개가 넘고, 이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총 460만 개, 연간 매출은 1조9000억 달러(약 2147조 원)에 이른다.

○ 모든 공학도가 로봇 만드는 이유

 MIT의 수업 방식이 궁금해 기계공학과 1학년 교양수업을 담당하는 돈 웬들 박사(33)를 만났다. 웬들 박사는 책상 위에 소형 전자증폭기와 구리선, 일회용 컵을 놓고 설명했다. “MIT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올A 학점을 받는 우등생이다. 하지만 공학의 원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경험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첫 수업시간에 이런 사소한 장치들을 통해 스피커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래야 내가 배우는 지식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하게 된다.”

 이 학과 대학원생인 댄 도시 씨(26)는 “MIT 공학도라면 누구나 로봇 만들기 과제를 한다. 학생들 중엔 전문가 수준의 로봇 마니아도 있고, 로봇 문외한도 있지만 이 과제를 불평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에 대해 웬들 박사는 “로봇을 잘 만들었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를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초보 학생들이 로봇 만들기에 실패해 풀이 죽어 있으면 ‘실패를 통해 뭘 배웠고, 다음엔 어떤 시도를 할 것이냐’고 묻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출신인 한종윤 전자공학 및 생물공학과 교수(47)는 “MIT 대학원쯤 되면 진짜 세상의 문제를 다룬다. ‘내 능력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교수의 역할은 문제 해결을 위한 엉뚱한 아이디어들을 (학생들에게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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