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돌풍 산실… 친환경차 글로벌 빅2의 꿈 익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2016 연중기획]
[R&D 현장을 가다]<2>현대車 남양종합기술연구소 환경기술센터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R&D) 핵심인 남양종합기술연구소 내 환경기술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연비 평가 중 차량 엔진을 
확인하고 있다. 환경기술센터는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친환경차 핵심 부품을 설계, 
평가하고 있다. 화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R&D) 핵심인 남양종합기술연구소 내 환경기술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연비 평가 중 차량 엔진을 확인하고 있다. 환경기술센터는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친환경차 핵심 부품을 설계, 평가하고 있다. 화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우리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2004년. 이기상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친환경차를 개발하라는 회사의 특명을 받았다. 당시 친환경차 시장은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해 온 일본 도요타의 독주가 계속되던 때였다.

친환경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료전지, 모터, 배터리, 제어기 등 핵심 부품 기술이 필수였다. 당시 현대·기아자동차는 친환경차 핵심 부품 관련 기술이 거의 없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따라하면 결국 특허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판단한 현대·기아차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을 독자 기술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오랜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현대·기아차는 2011년 쏘나타(YF)와 K5(1세대) 하이브리드 모델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 1월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선보여 본격적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남양종합기술연구소에 있는 환경기술센터는 ‘아이오닉’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 꾸준한 R&D로 10년 격차 극복

2004년 친환경차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조직된 현대·기아차 친환경차 개발팀은 조직이 점차 커져 2009년 환경기술센터가 됐다. 30여 명으로 시작한 개발팀은 현재 700명이 넘는 연구 인력이 근무하는 센터로 성장했다. 이곳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다양한 친환경차,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핵심 부품을 설계, 평가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환경기술센터를 찾았을 때도 시험실마다 각종 부품 평가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 충방전 내구평가실에서는 실험용 배터리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느라 분주했다. 최우석 하이브리드성능개발팀장은 “여러 외부 환경 조건에도 충분히 성능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영하 3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여러 온도 변화에서 최장 8개월간 배터리 충방전 내구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해진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연비평가시험실에서는 다양한 모드로 주행하면서 배출가스 추이, 차량 속도, 엔진 회전 수, 엔진의 진공압력, 배출가스양 등을 측정하고 있었다. 많게는 수백 번 평가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센터장은 경쟁 업체보다 10년가량 늦게 시작한 친환경차 개발이, 현재 경쟁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남양종합기술연구소에서 축적해 온 원천기술을 꼽았다. 전문 엔지니어들의 공로도 컸다. 그는 “친환경차 개발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는데,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연구소 내 전문 인력들과 협업해 하나씩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양연구소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3조7000억 원 넘게 투자했고, 올해도 4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 연구 인력은 1만2000명으로 국내 1만 명, 전 세계 생산기지에서 2000명이 활약하고 있다.

○2020년 친환경차 세계 2위 노린다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국가별로 강력한 연료소비효율 관련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후발 주자임에도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세계 4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 르노닛산에 이어 4위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6만4533대, 전기차 8712대, 수소연료전지차 256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45대 등 총 7만3746대를 팔아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1년 3만607대를 기록한 후 2012년(6만87대), 2013년(6만4262대), 2014년(7만184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 과정에서 연구원들이 새로 출원한 특허도 상당히 많다. 2014년 기준 친환경 에너지 특허 출원에서 현대차는 101건을 출원해 도요타(149건), 제너럴모터스(126건)에 이어 자동차 업계에서 세 번째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2020년까지 22개 라인업으로 세계 2위 환경차 업체로 자리 잡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올해 1월 선보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6월 선보이는 아이오닉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기아차의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니로 3종까지 더하면 올해만 6종의 친환경 모델이 추가된다. 전체 친환경차 라인업은 16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해왔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세계 2위를 위해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 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전용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기술을 더욱 확보할 계획이다.

화성=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아이오닉#친환경차#하이브리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