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초대형 IB, 혁신성장의 마중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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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한국판 ‘골드만삭스’, 즉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자본 규모와 취약한 자금조달 능력으로 글로벌 대형 IB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초대형 IB의 기준 4조 원도 일본 노무라증권(28조 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위험을 감내하면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해야 하는 투자은행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순 위탁중개업무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제도 도입을 비롯해 여러 차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시행돼 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 기업금융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이번 초대형 IB 육성책은 다르다. 자체 발행어음을 통한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허용함으로써 기존의 금융권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던 기업들에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4조 원 이상 5개 증권사의 자본 규모를 감안했을 때 25조 원 이상의 기업금융 재원이 시장에 새롭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어음의 허용은 국민과 기업 모두에 동반성장의 기회를 부여한다. 우선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권 대비 상대적으로 위험은 조금 높지만 수익 또한 높은 저축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자산 증식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중심의 대출에 치중하는 은행과 달리 초대형 IB는 혁신기업에 적극적인 모험자금 공급을 할 수 있다. 중견기업에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해 기업생애주기별로 맞춤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예컨대 기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비상장주식 투자, 크라우드펀딩 주선, 신용공여 등을 제공하고 성장기에서는 기업공개(IPO) 및 주식과 채권인수, 성숙기에서는 구조조정 자문 및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 맞춤형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은행권에서 소외된 중견, 중소, 신생기업의 자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역점과제인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 수탁이 가능하고 운용의 다양성도 확보된다. 운용의 제약이 적고 상당히 유용한 자금 조달원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도 발행어음이라는 신규 수익원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과의 이해상충과 증권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핵심은 예상되는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초대형 IB의 순조로운 출범과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운동장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신용공여한도 확대(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한도 상향)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정체된 국가경제 성장에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기는 곳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초대형 IB 제도가 조속히 안착하고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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