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방송통계 포털, 미디어 산업 활성화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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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는 전망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선거 후 미국의 여론조사 회사들은 안일한 조사 관행으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부정확한 통계는 이처럼 혼란을 유발한다.

정확한 통계로 세상에 감춰져 있던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정책을 올바르게 이끈 경우도 많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의 기업가인 찰스 부스가 1886년에 실시한 런던 빈곤조사다. 이 조사는 가난의 이유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저임금과 부정기적 소득 때문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부스의 연구는 이후 고령연금법과 베버리지 보고서 등 복지국가의 실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는 우리가 서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나침반이 고장 나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고 정책적 목표도 실종되고 만다. 현대 국가에서 통계 없는 산업 발전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통계자료는 현재의 위치뿐 아니라 특정 산업의 무게중심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 것인지 알려주는 예보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다양한 방송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방송사업자의 여론 영향력 지수인 시청점유율과 매체별 이용 현황을 보여주는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방송 산업 종사자 수 및 매체별 가입자 수, 프로그램 제작 및 유통 현황 등을 포괄하는 방송 산업 실태 조사 등이 있다. 지금까지 이런 통계들은 홈페이지에 개별적으로 게시되는 것이 전부였다. 이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나 학계, 정책 담당자들의 활용 편의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 방송 관련 조사 결과를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방송 통계 포털을 구축한다. 방송 통계 자료를 표준화해 신규 자료 입력이나 기존 자료 수정 및 조회, 통계 분석 등을 지원하는 통합적 데이터 관리·운용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손쉬운 검색을 위해 주제별 사업별 자료 검색과 열람도 지원한다.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방송시장 현황과 추이를 볼 수 있도록 중요 방송지표를 인포그래픽 형태로 제공한다. 통계 포털에 게시되는 원자료를 사용자가 가공해 원하는 자료를 직접 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방송 통계 포털 도입은 방송 통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 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 분야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민간의 2차 가공통계 산업의 활성화도 기대해봄 직하다.

통계는 한눈에 쉽게 읽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나이팅게일의 사례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백의의 천사라고만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사실 영국 왕립통계학회의 최초 여성 회원이다. 크림 전쟁에서 부상병을 간호하던 나이팅게일은 환자 입·퇴원 기록, 사망자 수, 병원 청결 상태를 기록한 800여 쪽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병원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복잡한 숫자들이 나열된 통계를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나이팅게일은 읽기 쉽도록 다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를 본 영국 정부가 위생 상태 개선에 노력해 42%의 병원 사망률을 2%까지 떨어뜨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통합정보 체계 구축 사업이 잘 마무리돼 방송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방송통계 포털#미디어 산업#최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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