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매장에 자전거-부엌-정원용품… “튀어야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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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디자인 경영 시즌2]
매출 좌우하는 매장디자인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세계적인 매장 디자이너 제프리 허치슨 씨에게 서울 본점 남성관의 디자인을 맡겼다. 천장과 벽의 명암과 매장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을 세심하게 설계해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세계적인 매장 디자이너 제프리 허치슨 씨에게 서울 본점 남성관의 디자인을 맡겼다. 천장과 벽의 명암과 매장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을 세심하게 설계해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분명 옷을 파는 매장인데 느낌이 다르다. ‘남자의 집’을 주제로 부엌, 바, 욕실, 음악실, 세탁실, 작업실 등 여러 구역으로 매장이 나뉘어 있다. 옷은 간간이 걸려 있는 정도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의 남성복 매장 ‘시리즈’다.

‘시리즈’는 2013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 매장을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골라 디자인을 바꿨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시리즈’ 매장은 정원 꾸미기를 주제로 디자인했다. 신세계 본점 매장은 ‘바이크’가 주제라 매장 곳곳에 자전거를 진열했다.

비슷한 매장이 많은 백화점에 ‘튀는’ 매장이 생기니 소비자들이 찾아왔다. ‘시리즈’를 운영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디자인을 바꾼 ‘시리즈’ 매장은 바뀌기 전에 비해 평균 매출이 150% 늘었다.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는 “주제의식이 분명한 매장 디자인은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며 “브랜드를 잘 모르던 고객들도 새로운 경험에 열광하며 충성 고객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패션 및 명품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매장 디자인을 일컫는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분야를 중시해왔다. 글로벌 본사의 VMD팀이 전 세계를 다니며 공간 디자인을 직접 지휘한다. 글로벌 VMD팀의 일정 때문에 백화점 개점 날짜를 맞추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에 설치해야 하는 이탈리아 대리석이 한국에 늦게 들어와 개점 날짜를 맞추지 못하는 등 명품 기업은 공간 디자인에 있어 타협이란 없다”며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조명, 분위기, 동선, 대리석 무늬까지 브랜드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최근 공간디자인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서울 본점 남성관의 새 단장을 세계적인 공간 디자이너 제프리 허치슨 씨에게 맡겼다. 허치슨 씨는 ‘랄프로렌’, ‘DKNY’ 등 글로벌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거점 매장)를 포함해 미국 명품 백화점 바니스 뉴욕을 디자인한 인물.

그는 남성관 벽면에 남성 슈트의 소재를 연상케 하는 직조 무늬를 미세하게 넣었다. 천장 색깔에도 의미를 담았다. 어두울수록 젊은층이 찾는 트렌디한 매장, 밝을수록 중년들이 즐겨 찾는 클래식한 슈트매장을 배치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세련된 매장에 끌린 소비자들이 극심한 소비 침체에도 지갑을 열었다.

신세계 측은 “지난해 10월 남성관을 새 단장한 후 올해 4월 14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7.8% 늘었다”며 “본점 고객 중 강남권 소비자 비중도 급증했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매장#매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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