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DNA 심어라”…총수들, 인재 영입-투자 진두지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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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디자인 경영 시즌2]<3> CEO가 디자인 경영 전도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S4가 한창 흥행 가도를 달리던 2013년 8월 “아이폰도 그렇고 우리도 ‘이노베이션 트랩(혁신의 덫)’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 시리즈 중 최대 히트작인 ‘갤럭시S4’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치가 부족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한 단계 뛰어넘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체제의 삼성전자는 디자인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10일 나온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그 결과물이다. 이 신형 스마트폰은 강화유리와 금속 소재, 3차원(3D) 곡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디자인 측면에서 획기적 혁신을 이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기업 수장들의 철학은 곧 해당 기업의 전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너 경영인들이 디자인 경쟁력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으면서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와 인재 영입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 오너들 “디자인이 곧 경쟁력”

10년 전인 2005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밀라노 선언’은 국내 산업 전체에 디자인 열풍을 불러왔다. 그는 ‘패션의 도시’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장단 전략회의를 열고 “삼성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은 1.5류”라고 강하게 질책한 뒤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만의 독창적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구축, 디자인 우수인력 확보,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조성, 금형 기술 인프라 강화 등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은 현재 삼성그룹 전체의 디자인 역량 강화에 초석을 놓았다.

이 회장은 2011년 7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11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기술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직접 디자인센터 품평장을 찾아 차량을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현대·기아자동차가 고전하고 있던 유럽 시장을 둘러볼 때도 독일 뤼셀스하임의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를 일정에 포함시켰다. 정 회장은 그곳 임직원들에게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DNA를 끊김 없이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품격이 깃든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6년부터 매년 상반기(1∼6월)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디자인경영 간담회(2014년부터 ‘신제품 경쟁력 점검 행사’로 확대)를 열어왔다. 구 회장은 이 행사를 통해 “디자인이 미래 변화를 주도할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2007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교하게 디자인해 제품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2012년) 등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독려해왔다.

○ 디자인 철학 이어받은 후계자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디자인을 가장 중시하는 ‘오너가 경영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이던 2006년 7월 아우디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현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으로 영입했다. 그해 9월에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세계 시장에서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향후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감성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정의선의 디자인 경영’이 태동한 것이다.

그의 이런 철학은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2011년 12월 BMW의 핵심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현대차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의 수석디자이너로 영입했다.

유통업계 오너들 또한 디자인 역량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매장 내에 다양한 디자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디자인 강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홈 오브 스칸디니비안 디자인, 이딸라’ 전시회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총리와 함께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날 스투브 총리와 핀란드 디자인의 강점에 대해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등 디자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평소 “디자인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언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 회장은 “우리만의 언어(디자인)를 개발하고 또 그 언어들(디자인)을 통일시켜야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며 “앞으로 고객을 연구하고 소통하는 우리만의 디자인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철학은 계열사인 이마트가 3대 경영가치로 고객, 브랜드와 함께 디자인을 선택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 ‘패션&아트’라는 창사 첫 브랜드 슬로건을 선보였다. 유행을 선도하고 문화·예술적 감성을 강화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 요소를 강화하라”고 강조해온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부·소비자경제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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