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뷰]그늘진 쪽방촌의 등불이 되다…‘영등포 슈바이처’ 신완식 요셉의원 의무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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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의사 타이틀 버리고 ‘봉사의 삶’
10년째 무보수로 빈자(貧者)들 돌봐
중외학술복지재단 선정 제6회 성천상 수상

신완식 의무원장이 요셉의원 인근 쪽방촌 거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완식 의무원장이 요셉의원 인근 쪽방촌 거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영등포 번화가에서 몇 발자국만 걸으면 판잣집이 가득한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600여 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몸이 아프면 특별한 병원 ‘요셉의원’을 찾는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셉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하루 평균 100여 명으로, 대부분이 쪽방촌 주민, 노숙자,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1987년 자선 의료기관으로 설립된 요셉의원에서는 지금까지 66만 명이 넘는 환자가 무료 진료 혜택을 받았다.

신완식 의무원장과 조해붕 원장신부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 단체사진.
신완식 의무원장과 조해붕 원장신부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 단체사진.

이 병원에는 10년째 무보수로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의사가 있다. 감염내과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혔던 그는 2009년 요셉의원 의무원장으로 취임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직 정년을 6년이나 남겨두고 봉사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요셉의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노숙인들의 줄이 이어져 있다.
요셉의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노숙인들의 줄이 이어져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 돌보기에 전념하던 그는 올 4월 식도암 수술을 받았다.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암 투병 중에도 청진기를 놓지 않은 영등포 슈바이처. 요셉의원 신완식 의무원장(68)이 중외학술복지재단에서 수여하는 제6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요셉의원의 이념과 사명을 담은 액자가 진료실에 걸려있다.
요셉의원의 이념과 사명을 담은 액자가 진료실에 걸려있다.

신 원장은 요셉의원 부임 후 전산화된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의료장비를 현대화했다. 환자들의 정신적 치유와 실질적인 자립을 위해 음악 치료,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신완식 의무원장.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신완식 의무원장.

신 원장의 인술은 한국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몽골, 네팔 등에서 20여 회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쳤다. 2013년 필리핀 빈민지역에 문을 연 요셉의원 분원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료 급식을 준비 중인 요셉의원 봉사자들.
무료 급식을 준비 중인 요셉의원 봉사자들.

신 원장은 “봉사는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며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많은 것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작은 실천이 누구나 건강해지는 생명 존중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애인 지원에 앞장서는 ‘중외학술복지재단’ ▼

중외학술복지재단은 2011년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사재 200억 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재단은 음지에서 인술을 실천하고 있는 의료인을 발굴하는 ‘성천상’ 시상 사업, 학술·장학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예술적 재능을 육성할 수 있는 메세나 활동과 복지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홀트 일산복지타운 소속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을 15년째 후원하고 있으며, 그림에 관심과 소질이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장애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JW 아트 어워즈’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쪽방촌#영등포 슈바이처#신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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