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제품을 팔기전에 고객의 마음부터 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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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와 커피빈 앤드 티리프는 각각 1999년, 2001년 한국에 진출했다. 진출 시기는 비슷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두 업체의 성패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연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반면 커피빈은 1500억 원에 그쳤다. 이유가 뭘까.

서로 다른 매장 전략이 주된 원인이다. 스타벅스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앉아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을 위해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했다. 매장 곳곳에 콘센트도 설치해 노트북을 자주 사용하는 이들을 배려했다. 커피빈은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매장 내 콘센트를 없애고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았다. 카공족이 늘어나면 제품 판매 회전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스타벅스의 승리였다. 커피빈처럼 커피라는 ‘제품 판매’에만 집중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즐겁고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도 힘쓴 결과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공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판매 공간을 줄이는 대신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매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령 일본의 패션 편집 매장인 빔스(Beams)는 판매대를 줄이고 그 자리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놓고 있다. 국내에선 신세계가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마련한 ‘별마당도서관’을 대표적 예로 꼽을 수 있다. 쇼핑몰 중심부에 총면적 2800m², 2개 층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매장이라는 ‘상업적’ 공간을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미국 연구진도 최근 매장의 공간 전략이 실제 제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상품을 많이 진열할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기업은 고객에게 편안하고 심리적으로 넓은 공간감을 주는 매장이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dbr#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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