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신흥국서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야 성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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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기업 GM이 5월 인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2015년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 투자를 결정한 지 2년 만이다. 최근 GM처럼 신흥시장에 진출했다 낭패를 본 기업이 적지 않다. 이유가 뭘까. 신흥시장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제품의 기능을 낮춰 낮은 가격으로만 제공하면 신흥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는 안일한 생각이다. 신흥시장에서도 현지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저렴하면서도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소위 ‘검약적 혁신(Frugal Innovation)’을 추구해야 한다.

최근 스위스 연구진은 의료기기와 실험기구 관련 5개 기업을 중심으로 이들이 신흥시장에서 검약적 혁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 기업들은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신흥국에선 의사가 선진국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며, 복잡한 의료장비에 대해 교육받지 못한 이들도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이 기업들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재구성해 신흥시장 고객(의사)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새롭게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기 반응 속도를 기존 제품보다 높여 진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고, 제품 작동 원리와 기능을 간소화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지 않고 신흥시장에 필요한 기능은 강화하고 불필요한 기능은 삭제함으로써 현지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힘썼다.

국내 기업 중에도 신흥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단순히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접근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현지 고객의 구매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jmahn@sogang.ac.kr
#dbr#신흥국#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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