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기업이 만든 지식, 나눌수록 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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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필오버(spillover)’는 특정 현상이나 혜택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비롯된 용어지만 경영학에서는 한 기업이 만든 지식이 다른 기업들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지식을 만든 ‘발신 기업(originating firm)’들의 경우, 스필오버는 무조건 손해라고 여겼다. 애써 개발한 지식과 그로 인한 가치를 ‘수신 기업(recipient firm)’들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필오버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기존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던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흡수해 혁신을 창출한다. 홍콩이공대의 연구진은 혁신을 이루는 데 있어 이 두 가지 방법 외에도 제3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발신 기업에서 스필오버된 지식을 기반으로 수신 기업이 일군 혁신을, 발신 기업이 다시 응용해 후속 혁신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스필오버된 지식 풀을 활용한 혁신’이라고 지칭한다.

 이러한 혁신 방법에는 강점이 있다. 일단 수신 기업이 먼저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발신 기업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수신 기업이 만든 혁신이 기본적으로 발신 기업의 지식에 뿌리를 둔 것이기 때문에 발신 기업은 효과적으로 수신 기업의 혁신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신 기업은 언제 스필오버된 지식을 활용할까. 연구진은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발신 기업이 수신 기업의 혁신을 참고하는 경향성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시장의 성장성이 낮고 수요 변동이 크고 경쟁 정도가 심할수록 스필오버된 지식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통신장비 제조산업 내 87개 기업의 1977∼2005년 사이 혁신활동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역시 가설과 일치했다.

 많은 경영자는 혁신을 시도할 때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거나 인수합병(M&A) 전략을 생각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져 새로운 분야에서 혁신을 시도하기 힘들 때, 스필오버된 지식 풀을 활용한 혁신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길수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
#스필오버#기업#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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