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與民同樂의 리더십… 권위부터 내려놓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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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말이 나온다. 혼자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는 게 낫고, 소수의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기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는 편이 더 즐겁다는 뜻이다. 맹자는 여민동락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이상 정치 실현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백성과 함께 즐기고 누리는 게 어떻게 이상 정치와 연결될 수 있을까? 권력자나 가진 자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면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를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권력자가 백성들과 여민동락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애초에 권력이나 권위의 개념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과 권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또한 전체를 위한 것이지 나만을 위한 건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권력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것을 ‘누리는’ 데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권력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남들과 다르게 꾸미기 시작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거나,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며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크고 화려한 집무실에 집착하고 비싼 옷과 장신구에 목을 매고, 고급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건 모두 힘을 과시함으로써 거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여민동락의 실천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누구나 다 가지거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거기서 특별함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좋은 리더의 권위와 힘은 차별화된 소유나 향유에서 나오지 않는다. 권력은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진심 어린 지지와 존경에서 나온다. 밖으로 보이는 권위를 내려놓고 구성원들과 함께 웃고 우는 리더는 외면을 꾸미는 권력자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사실 내면이 건실하고 마음으로 따르는 심복이 많은 리더에겐 외면적으로 보이는 권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리더만이 진정으로 여민동락을 실천할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여민동락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여민동락을 맹자가 이상 정치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던 숨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여민동락#권위#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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