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스포츠팀 후원, 홍보효과 크지만… ‘팬심 역풍’ 조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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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지자체가 직접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이나 미국의 스포츠 구단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기업이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어 수익을 올린다. 스포츠팀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스폰서십 활동이 라이벌 팀의 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실제로 영국의 통신업체 보다폰이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과 유니폼에 로고를 넣는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자 맨체스터와 라이벌인 리버풀 지역에서 보다폰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에서도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에서는 롯데 과자가, 롯데 자이언츠의 연고지인 부산에서는 해태 과자가 잘 안 팔린다는 얘기도 있었다.

최근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영학자들이 스포츠 스폰서십의 이런 부정적 효과를 재확인했다. 독일 축구의 대표적 라이벌인 BVB도르트문트와 샬케04의 팬들을 조사해 봤더니 확실히 자기 팀을 응원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라이벌 팀과 라이벌 팀의 스폰서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렇듯 스폰서십을 통해 ‘팬심’을 얻는 마케팅은 라이벌 팀의 팬들에게는 거부감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지역에서는 신중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특정 팀의 스폰서가 아니라 특정 경기 혹은 전체 리그를 후원하거나 또는 여러 나라, 여러 종목, 여러 팀에 후원을 해주면서 부정적 효과를 완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폰서십을 체결할 때 특정 팀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계약했다고 발표하면 부정적 반응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유럽의 경우다. 한국 대기업들의 경우는 이미 여러 종목의 팀을 서로 다른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골수팬들조차도 스폰서 기업과의 일체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LG트윈스 팬 중에 LG라는 기업에 일체감을 느끼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스포츠팀#후원#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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