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똑똑한 소비자의 멍청한 선택… 왜 반복되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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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꽤 자주 멍청한 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여성이 더블침대용 커버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마침 물건은 세일 중이었다. 킹 사이즈 커버의 정상가는 300달러였고, 퀸 사이즈 커버는 250달러, 더블 사이즈 커버는 200달러였다. 그런데 이번 주만 특별히 사이즈에 관계없이 모두 150달러에 판다고 한다. 그녀는 분명 더블 사이즈 커버를 사러 왔지만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만 킹 사이즈 커버를 사버리고 만다. 그녀가 필요한 것은 더블 사이즈 커버지만 킹 사이즈 커버가 더 큰 폭의 할인을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신간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리더스북)의 저자이자 세계 최고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는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이 같은 어리석은 행동의 리스트를 만들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성과 비이성이 뒤얽힌 인간의 특성에 주목해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전시켰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역사를 다뤘다.

행동경제학의 강점 중 하나는 인간의 불완전한 특성을 기반으로 전통 경제학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적용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책은 행동경제학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한 사례도 소개한다.

뉴욕 이서카 근처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 그리크피크는 근처에 대형 스키장들이 생겨나면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탈러 교수는 이 스키장의 매출 구조를 검토해 이용료를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탈러 교수는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곧 해결책을 찾아냈다. 이용료를 주변 스키장만큼 올리되 매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스키 강습과 같은 사사로운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고 대학생이나 지역 주민을 위한 할인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할인가라는 이미지 덕에 고객들에게 거래효용감을 줬고 사전 구입을 유도해 매몰 비용 효과도 낼 수 있었다. 그리크피크 스키장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놓고 모두 사용하지 못한 고객들은 ‘올해는 다 쓰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제대로 이용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됐다. 덕분에 그리크피크 스키장은 아무런 마케팅 없이 다음 해에도 매출 신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경영#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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