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이 주식]압연 H형강, 국내외서 ‘수주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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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 빠져나와 오름세 타는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200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건축구조용 압연 H형강(SHN)’은 시속 250km 이상의 풍속과 규모 6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축자재다. 이 SHN의 판매가 2009년 이후 갑자기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초고층건물 건축이 늘면서 고층에서 부는 강풍에 견딜 수 있는 철강재 수요가 증가한 데다 국내외 지진 발생 빈도 역시 높아지면서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축 환경이 변하면서 SHN 관련 기술력 경쟁에서 한발 앞선 현대제철의 주가도 최근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 기술력 인정받은 제품 들고 해외로

SHN 수요는 2006년 400t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만4000t으로 늘어났고 지난해는 15만7000t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23만 t까지 늘어날 것으로 현대제철은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SHN 제품은 한국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에도 쓰였다. 장보고기지 건설에 쓰이는 H형강 물량 1000t 전량을 현대제철이 자사(自社)의 SHN 제품으로 납품하게 된 것. 회사 측은 “장보고기지가 위치한 남극 테라노바 만은 영하 40도의 극저온과 초속 65m 이상의 강풍이 부는 안 좋은 기상 상황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라며 “현대제철은 이 같은 환경을 견뎌내는 H형강을 생산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현대제철은 이 SHN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콜롬비아 발전운영사인 ‘테르모타사헤로’가 짓는 보고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 SHN 제품을 납품하게 된 것. 지금까지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에서 정한 규격에 맞는 H형강만을 사용해온 남미 건설시장에 한국산업표준(KS) 규격의 H형강을 납품한 것은 현대제철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SHN 제품 외에도 현대제철은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들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터키에서 건설 중인 길이 2134m의 ‘보스포루스 제3교량’에 사용되는 후판(두께가 6mm 이상인 강판) 4만3000t 전량을 수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조 원 규모의 유전 생산기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기업 ADMA OPCO사와 총 2만5000t의 철강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철강시장 분위기 개선은 아직

글로벌 철강시장은 아직 본격 회복기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철강 수요는 작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평균 증가율 6.0%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1분기(1∼3월) 중국의 철강 소비도 1억6800만 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내수시장에서는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하락세인 점도 현대제철에 부담이다. 박혜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철강시장과 자동차산업 업황에 따라 강판 가격이 오를 수 있겠지만 상반기까지는 강판 가격 하락으로 인한 단기적인 실적 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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