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예향 전주 탄소사업 보배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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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을거리 찾아라” 꿈의 신소재 기업 유치 나서자
효성그룹 연산 2000t 규모 공장 지으며 ‘카본밸리’ 화답

‘부채의 고장’ 전북 전주시가 추진하는 카본밸리 조성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효성이 5월 전주에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하면서 2020년까지 탄소섬유 관련 업체 100개를 유치한다는 전주시의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부채의 고장’ 전북 전주시가 추진하는 카본밸리 조성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효성이 5월 전주에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하면서 2020년까지 탄소섬유 관련 업체 100개를 유치한다는 전주시의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탄소산업 중심도시 전주.’

전북 전주시 중심가에 가면 이런 문구의 깃발이 줄지어 걸려 있다. 전통 문화 및 음식이 발달해 예부터 ‘예향의 도시’로 불리던 전주시에는 어울리지 않는 문구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한 탄소산업은 국내외 화학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신산업 분야다. 과거 이미지가 강한 전주시는 어떻게 미래 먹을거리의 대표주자인 탄소산업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

지난달 27일 찾은 전주시는 탄소산업에 대한 기대로 한창 부풀어 있는 분위기였다. 전주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카본(탄소)밸리’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탄소섬유 관련 기업을 적극 유치해 왔다. 특히 효성그룹이 5월 연간 생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전주시에 완공하면서 전주시의 카본밸리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 전주시와 탄소의 만남


전주시는 당초 상용차 부품산업단지를 조성해 시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가까운 전북 완주군에 현대자동차 상용차 공장이 있으니 자동차부품 업체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이미 경기나 경북 지역에 몰려 있어 기업 유치가 쉽지 않았다. 섬유 공장 몇 곳밖에 없는 전주는 산업단지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전주시로 오기를 꺼렸다. 결과적으로 상용차 부품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전주가 선택한 아이템이 탄소섬유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글로벌 강자인 일본 업체들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탄소섬유가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

▼전주시 ‘탄소산업과’ 신설… 직원 20여명 배치▼

최락희 전주시 탄소산업과장은 전주시가 탄소섬유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국내 탄소섬유 시장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전주는 2006년 전주기계탄소기술원을 세우며 사업의 첫 단추를 꿰었다. 이후 한국탄소학회, 탄소융합복합소재 창업보육센터 등을 잇달아 유치했다. 초기 카본밸리 사업은 이렇듯 연구개발(R&D)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에는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전주는 2007년 조례를 개정해 ‘탄소섬유 관련 사업을 3년 이상 영위했고 직원 수가 30명 이상’인 업체에 대해 용지 매입, 공장 건설 등에 10억∼1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2010년에는 전주시청에 ‘탄소산업과’라는 전담조직을 만들어 직원 20여 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 검은색 명함을 들고 다니며 탄소섬유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녔다. 탄소산업과는 최근에는 두 달에 한 번꼴로 관련 업체들을 모아 탄소산업융합협의회도 운영하고 있다.

○ 효성의 가세

5월 준공된 효성의 전주 탄소섬유 공장은 카본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전주로서는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대기업의 생산시설이 들어오면서 산업단지 내 집적효과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을 유치할 때 협상력도 커졌다. 그런 효과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탄소섬유 관련업체 ‘AFFC’는 “효성이 전주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2011년 6월 전주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지난해 6월 완공했다. 이 회사 조삼제 영업본부장은 “전주시가 제공하는 인프라와 과거부터 섬유사업을 해온 효성의 경쟁력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성으로서도 현지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효성 탄소재료사업단의 방윤혁 전주공장장은 “탄소산업융합협의회에 참가해 현지 업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친화형 제품을 통해 일본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시는 카본밸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탄소섬유 관련 기업 100여 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 규모를 66만 m²에서 182만 m²까지 늘리고 탄소섬유 재활용센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기존 전주시의 문화예술 콘텐츠에 탄소섬유를 더해 문화와 산업이 섞인 비빔밥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탄소섬유:

철에 비해 강도가 10배인 반면 무게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자동차 압력용기 항공기 골프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철을 대체할 첨단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2800억 원)이며 2020년 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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