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이랜드 최지원-이주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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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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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입고 또 입고 ………… 고객 보고 또 보고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이랜드 신촌사옥에서 만난 최지원(왼쪽), 이주연 씨. 이들은 “이랜드의 인턴십은 머물러 있는 인재가 아니라 배움으로 성장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이랜드 신촌사옥에서 만난 최지원(왼쪽), 이주연 씨. 이들은 “이랜드의 인턴십은 머물러 있는 인재가 아니라 배움으로 성장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올해 1월 이랜드 전략기획실 신입사원이 된 최지원 씨(26). 그는 2009년 12월∼2010년 2월 이 회사의 글로벌 ESI(Eland strategy intelligence) 인턴십 1기에 선발됐다. 최 씨는 당시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이었는데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졸업 후 정직원으로 입사가 확정됐다. 인턴십 1기로 활동한 8명 가운데 그를 포함해 4명이 ‘이랜드 사람’이 됐다. 석유·화학 대기업, 중소기업의 인턴도 경험해본 그는 “이랜드 인턴십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제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문제 해결사’로 실무를 경험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
○ 인턴은 구경꾼이 아니다

그가 인턴으로 처음 받은 과제는 이랜드의 캐주얼 SPA(제품의 기획, 판매, 유통을 일괄하는 방식) 브랜드 ‘스파오’의 매출을 늘릴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가 속한 팀은 스파오를 낱낱이 분석했고 청바지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다른 글로벌 SPA 브랜드의 청바지와 경쟁하기 위한 요건으로 원가 절감과 다양한 디자인이 중요했다. 최 씨는 팀원들과 함께 국내외 다양한 의류 브랜드 매장을 찾아다니며 청바지를 입고 또 입어봤다.

청바지를 입었을 때 느낌이 어떤지, 디자인의 특성, 몸에 얼마나 편안하게 잘 맞는지를 꼼꼼히 기록하면서 패턴에 대한 지식을 익혔고, 스파오 청바지를 위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원가를 높이는 세부장식과 로고는 과감하게 줄이자고 했다. 인턴들의 이런 아이디어는 실제 청바지 생산에 반영됐고 시장에서 반응도 좋았다.

이랜드 인사경영본부 박광호 채용팀장은 “현업 직원들이 놀랄 정도로 치밀하게 조사했고 아이디어도 좋아 무척 칭찬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처럼 이랜드 인턴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100% 이상 경험한다”고 말했다.

3학년 때 이미 채용이 정해진 최 씨는 4학년 때인 2010년 6∼8월 글로벌 ESI 인턴십 2기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가해 후배 인턴들을 이끌고 중국을 다녀왔다. 최 씨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인턴들을 보니 저마다의 강점이 눈에 들어왔다”며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효율적, 주도적으로 일하는 인턴이 아무래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랜드 인턴십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인턴 전원을 해외사업부에 파견한다는 점이다. 보통 6주 정도인 인턴 기간의 절반은 국내에서, 나머지는 중국 등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턴에게 지급하는 월 급여는 약 150만 원. 회사의 업무 방식상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인턴 출신들이 적응하기가 더 수월하다. 이랜드의 전체 직원 가운데 40% 정도가 인턴 출신이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인턴십 문화를 더 굳게 정착시켜 갈 계획이다.

○ 한 단계 성장하는 시간


지난해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친 이주연 씨(25)도 올해 1월 이랜드 언더우드스쿨 디자인개발연구실 디자이너가 됐다. 이랜드는 디자이너 직군 직원을 채용할 때 반드시 인턴십을 통한다. 디자인 역량은 단기간에 판단하기 어렵고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회사 측의 방침 때문이다. 전체 인턴 중 50∼60%가 최종 합격한다.

이 씨는 인턴 생활을 얘기하면서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인턴 때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옷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어요. 매장에서 현장 근무를 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옷과 디자이너의 생각 사이에 생기는 간극도 배웠고요. 패션업계에 도제식 교육이 많은데 이랜드는 교육체계가 잘 잡혀 있는 점도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객과 집요하게 만나 살아 있는 데이터를 얻고, 인턴십 최종 단계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그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이랜드에서 인턴을 경험하기 전과 후를 최 씨는 이렇게 표현했다. 인턴십 전에는 막연하게 꿈을 좇아 달렸다면, 그 후는 문제를 명확하게 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실력을 기를 수 있게 됐다고.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랜드 인턴을 지원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능력의 한계보다 회사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일을 맡깁니다.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성과를 냈을 때,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내가 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밤새도록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익혀가는 겁니다.”

이 씨는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회사 분위기에서 인턴십을 겪으면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로 커가는 것 같다”면서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만큼 주도적인 성향이라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이랜드 인턴십 과정은 ▼

이랜드의 인턴십 과정은 주로 대학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채용을 전제로 한 평가 과정으로 방학 기간 중 6주간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인턴십은 5월 초 모집공고를 할 예정인데 크게 △그룹 전략기획 인턴십 △패션 및 유통 인재 인턴십 △디자이너 인턴십으로 나뉜다.

이랜드 인턴이 되면 그룹 신입 연수 과정을 축소한 입문교육을 받은 뒤 브랜드나 부서에 배치돼 현장에서 뛰는 선배 프로젝트매니저(PM)들과 함께 국내외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인턴들은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를 통해 기본 소양과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받는다. 최종 관문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페스티벌이다.

인턴십을 마치고 나면 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여기서 합격하면 졸업 후 입사하게 된다. 인턴십이 끝난 뒤에도 학기 중 열리는 정기모임에서 기본 소양교육을 받을 수 있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강점이 확실하고 팀워크가 좋은 인턴


프로젝트로 부여받는 과제가 기획, 제안 같은 것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현업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일 때도 있다. 과제의 난이도는 그동안 학생으로서 경험해 본 프로젝트나 리포트 작성보다 복잡할 수 있다. 자신만이 가진 확실한 강점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이 관건. 리더로, 혹은 분석가로, 탁월한 실행가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면서 다른 역할을 맡은 동료들과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쁜 예: 독불장군형 인턴


자신에게 장점이나 경험이 있다고 해서 주변 사람의 조언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턴은 최종 평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나 동료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또 6주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자기 통제와 조절을 잘 못하면 프로젝트를 완성도 있게 수행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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