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새해 구상]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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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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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 조건 완화로 ‘승자의 저주’ 우려 막겠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매각 논란 때문에 정책금융 대표기관이라는 정체성이 가려져 아쉽다”며 “올해에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녹색금융 사업에 주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매각 논란 때문에 정책금융 대표기관이라는 정체성이 가려져 아쉽다”며 “올해에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녹색금융 사업에 주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과 관련해 ‘승자의 저주’ 논란을 막기 위해 매각 조건을 완화하고 인수자에게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3월까지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에 성공한 업체가 높은 인수대금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정책금융공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상반기 중 증시에 상장한 뒤 지분 매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책금융공사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방침에 대해 “억지로 팔려고 하면 승자 논란이 재연될 수 있어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최적의 지배 및 소유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한 대기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뻔했으나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결국 포기했다”며 “3월 이후 다시 원매자를 물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정책금융공사(5.5%)를 포함한 채권단이 15%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승자의 저주 논란과 함께 극심한 혼란을 보였던 현대건설 매각 작업에 대해선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통해 매각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제출한 상자 14개 분량의 입찰서류를 꼼꼼히 점검하지 못하고 20시간 만에 졸속으로 심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바람에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솔직히 억울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2개 상자만 원본서류로 채워졌고 나머지는 복사본”이었다며 “당시 심사장에 격리됐던 7개 기관, 24명의 전문가에게 균등하게 배분됐고 충분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일에도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1조2000억 원의 출처에 대해 밤샘 토론이 이뤄졌으나 형식적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뚜렷한 명분 없이 심사를 중단시킬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한 인수합병(M&A) 준칙을 만들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유 사장은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M&A를 제약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2009년 10월 출범한 정책금융공사가 현대건설 매각 논란 때문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정책금융 대표기관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M&A 전문기관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선 아쉬운 대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정책금융공사는 평소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량을 다지는 태릉선수촌처럼 정책금융을 통해 국내 기업의 체력과 기술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며 “현대건설 매각 때문에 이런 정체성이 가려져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책금융공사의 역점 사업으로는 녹색금융을 꼽았다. 유 사장은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로부터 녹색금융선도기관으로 지정됐다”며 “시중은행들의 위험 회피 성향 때문에 지지부진한 녹색금융의 불씨를 되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대부분 녹색금융이 공급자 위주로 지원되고 있지만 정책금융공사는 수요자 중심의 금융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며 “비싼 친환경버스를 구매하려는 운수사업자에게 시중보다 낮은 금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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