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닥터]랩어카운트 찾는 진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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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이 상당히 저조했던 일부 펀드 및 보유 개별종목들을 정리하고 자문형으로 운용되는 랩어카운트(Wrap Account)로 돌아선 거액자산가가 있다. 이 고객이 선택한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증권사가 운용하는 주식위탁계좌로 지금도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최근 그 고객을 만나서 성과를 물어보니 투자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투자 비중을 늘릴 의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고객은 랩어카운트에 만족하는 이유로 자신의 투자 성향에 잘 어울리는 전문가의 조언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투명한 자산운용을 꼽았다. 예상외로 단기수익률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 고객은 주식 직접투자에서 내공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상승추세를 만들어 가는 인기종목 위주의 추세매매가 그의 투자 스타일이었다. 직접투자 수익률도 양호해 동료들 사이에서는 소위 ‘주식고수’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모든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 하는 종목들을 선별하여 매수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직원과 장기간 상담을 해야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증권사의 각종 보고서도 읽어야 하는 등 들어가는 수고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한 종목들이다 보니 주가가 등락할 때마다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러던 중 일부 언론에 소개된 자문형 랩어카운트 보유 종목들이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선정한 종목들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고객은 결과가 비슷하다면 차라리 자신과 같은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는 자문사가 조언을 하는 랩어카운트를 선택하고 자신은 감독만 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랩어카운트의 매매 현황이야 실시간으로 조회가 가능하니 가입 시 확인했던 투자 성향대로 계좌가 운용되고 있는지는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좌에 포함되는 종목들도 10종목 내외여서 종목들을 수십 개씩 보유해 발 빠른 시장 대응을 못하는 펀드보다는 한결 자신의 투자 성향에 어울리는 상품이라는 생각도 했다. 더욱이 수수료가 아닌 자산총액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수료까지 내고 손절매를 해야 하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최근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단기수익률만 쫓아서 거액의 자금이 유입된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접한다. 하지만 이 고객이 랩어카운트에 만족하는 이유는 자신의 투자 스타일과 동일한 원칙을 가지고 투명하게 운용되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거액자산가들이 랩어카운트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또한 기존의 간접투자상품으로는 만족시키지 못했던 이들의 요구사항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자산가들이라면 몇 개월의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춰 거액을 투자할 만큼 자산관리 원칙이 가벼울 리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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