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닥터]저금리시대 뛰어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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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금리 하락세로 법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금담당자들의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우연히 필자가 만난 한 중견기업의 경우가 좋은 예일 것이다. 이 기업은 업무 특성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실상 부채가 없이 매년 이익을 창출하는 우량기업 중 하나다. 상당한 규모의 현금이 채권의 만기도래 및 영업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유입되고 있음에도 채권은 무조건 만기까지 보유하고 현금은 생기는 대로 만기 1년 이내의 은행 예금으로 운용하는 전략을 이 법인은 주로 활용하였다.

그러던 중 보유 자산의 매각자금까지 유입되니 더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인자산 운용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요청해 온 것이다. 이 법인의 자산운용에 대해 필자는 ‘원리금의 절대 보존’을 앞세우는 전략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님을 지적하였다. 이 법인은 수익성이 뛰어난 중견기업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보유 금융자산을 모두 세후 3∼4% 수준의 수익률로 운용한다면 장기적으로 전체 자산에 대한 수익성을 저하시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몇 개월 이내에 사업목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자산이라면 단기성 예금으로 운용할 수도 있겠으나 특별히 사용할 목적이 없는 장기투자 자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인 자산운용에 대해서는 가격이 크게 상승한 국공채들은 상대적으로 금리매력이 존재하고 물가상승에 대한 보장 기능이 있는 물가연동채권으로 교체할 것을 권했다. 채권은 은행 예금과 달라서 꼭 만기까지 가져갈 이유가 없으며 대안투자 대상을 확보한 상황에서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차익을 잘 활용한다면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를 활용한 초과수익을 추구하지만 주식투자의 위험을 모두 부담하기는 싫어하는 투자성향을 고려해 일부 자금은 아시아지역 공모주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공모주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공모주 펀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형펀드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고, 약진하고 있는 아시아의 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채권 버블’이란 사상 초유의 말이 나올 정도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많은 법인의 자금은 금융권의 만기 1년 이내 단기 예금상품들을 떠돌고 있다. 자금의 사용목적 및 기간, 자산운용 수익률 등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0.1%라도 높은 금리만을 찾아다니는 것은 ‘저금리 현상에 적응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결코 ‘저금리 현상을 극복하는 전략’은 되지 못한다. 저금리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대수익률과 자금의 운용기간을 고려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전반적인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리스크는 제한적이면서도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저금리 현상에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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