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6>정찬형 한국투신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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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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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보다 꾸준한 3할대로 승부”

사진 제공 한국투신운용
사진 제공 한국투신운용
“올해 국내 증시는 중국 긴축의 강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유지 여부 등에 따라 몇 차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변동성 확대, 조정장으로의 추세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저위험, 대안형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준비 중입니다.”

한국투신운용 정찬형 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펀드 환매, 투자자문사 열풍 등의 만만치 않은 여건 속에서 거둬낸 지난해 성과와 관련해 “시장의 단기변화나 모멘텀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겠다는 운용철학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는 22조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펀드 환매로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2007년 펀드 열풍 이후 닥쳐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 토막’ 펀드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어김없이 돈을 빼내갔다. 하지만 한국운용에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약 1조 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대표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 주식형펀드’ ‘한국투자삼성그룹주펀드’는 각각 1조 원, 4조 원 이상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신규자금을 끌어들였고 ‘한국투자 한국의 힘 주식형펀드’로는 4500억 원이 새롭게 유입됐다.

정 사장은 자신의 운용철학을 “한 방을 노리는 홈런 타자보다 꾸준한 3할대 타자”라고 요약했다. 특히 올해는 증시의 견조한 상승세에도 유럽발 위기, 중국 긴축 강도, 미국의 유동성 회수 여부 등에 따라 몇 차례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개연성이 큰 만큼 고수익 상품보다는 ‘금리+α’형 상품으로 시장과 소통할 계획이다. 그는 “상품 구성이 용이해 일반투자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간접 펀드, 글로벌자산배분형 펀드 등 리스크가 낮고 방어적 전략을 구사하는 중·저위험 신상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계자금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이어지고 있으며 2,000 선에서의 환매 대기물량도 어느 정도 소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펀드가 ‘폭탄’이 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환매는 7 대 3 정도 비율로 주로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이뤄졌지만 올해는 36조 원에 달하는 해외 펀드 중 원금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 고비를 한 번 더 넘겨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정 사장은 최근의 자문형 랩 인기에 대해 “과열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이 현재처럼 좋을 때는 눈에 띄는 차이가 없지만 조정을 받게 될 경우 수익률을 제대로 관리한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100곳이 넘는 현재 자문사 중 실제로 살아남을 자문사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재 3%대에 이르는 자문형 랩 수수료 논란에 대해서도 “랩 시장의 과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반 토막 펀드가 나오며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던 펀드처럼 랩 수수료도 시장 변동을 거치며 자연스레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운용은 국내주식형 펀드에선 강자지만 해외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국내주식 대비 해외주식 운용 비율은 8 대 2 정도다. 정 사장은 “펀드 광풍 때 해외 투자 발굴이 미비했던 것은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선진국으로의 ‘머니 무브’가 이뤄지고 있지만 결국 글로벌 자금은 신흥 아시아국으로 흐를 것”이라며 “중국, 베트남 등 신흥 아시아국 투자를 비롯해 해외 직접운용 체제 구축, 글로벌 마케팅 역량 강화를 역점적으로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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