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 CEO가치부터 평가해보라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장기수익 창출’ 제1요건은

탁월한 최고경영자

변화대처능력-정직성 살펴야

“인생에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영웅을 선택할 수 있으면 당신은 행운아다.”―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버핏의 투자회사)가 투자해 소유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최대 가정용 가구매장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NFM)’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홈페이지 하단에 창립자 로즈 블럼킨 여사의 어록인 “Sell cheap and tell the truth(싸게 팔고 진실을 말하자)”가 눈에 들어왔다.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통해 필자는 버핏이 블럼킨 여사를 진심으로 존경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NFM은 가구를 포함한 생활용품을 파는 업체다. 블럼킨 여사는 러시아 이민 1세대로 아무런 연고 없이 NFM을 창립했다. 조그만 가구업체에 불과했던 NFM이 어떻게 현재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을까? 창립 초기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블럼킨 여사는 판매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번창해 갔다. 경쟁업체들이 너무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판다고 소송을 걸었으나 법원은 그녀의 가격이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담당판사는 그녀에게서 1400달러짜리 카펫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팔려는 그녀의 노력은 대단했다.

결국 NFM의 경쟁력은 경영이념에도 나와 있듯이 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NFM이 저렴하게 제품을 팔아도 이문을 남기려면 대량구매를 통해 값싸게 제품을 구입하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야 했다. 무연고 회사가 창립 초기에 대량구매를 실행하기는 어려웠으므로 블럼킨 여사는 낭비가 없도록 경영관리를 철저히 했으며 제품의 구매, 배치, 판매 등 모든 경영활동을 직접 관장했다. 버핏이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블럼킨 여사는 90세가 넘은 고령인데도 일요일마다 출근했다고 한다. 창업 초기의 근무자세가 몸에 배었고 어렵게 이뤄낸 회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버핏도 블럼킨 여사의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칭송한 바 있다.

이제 투자관점으로 돌아가 보자. 상장업체 중 상당수는 이미 창립 초기를 지나 영업기반이 닦인 회사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필자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애널리스트로서 우리가 측량하고 기술할 수 있는 ‘보이는’ 속성뿐 아니라 쉽게 드러나지 않는 ‘본질적’ 특성에 의해 기업가치가 움직인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기업가치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사람을 우선 꼽고 싶다. 창립 초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립 초기에 돈 기술 인력 영업 등 기반을 넉넉히 갖춘 회사가 얼마나 될까. 회사의 주춧돌은 모두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기업의 가치를 만든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NFM의 블럼킨 여사나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7시까지 집무하는 샘 월턴(월마트 창립자)이 좋은 예이다.

버핏의 편지에도 그가 투자한 회사의 실적과 함께 경영진의 면모가 기술되어 있다. 버핏은 그가 선택한 경영진에 전적인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은 경영진이 유능하고 정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에서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버핏의 또 다른 스승인 필립 피셔는 장기투자와 사람에 대한 투자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버핏이 피셔의 책(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을 읽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캘리포니아에 사는 그를 찾아가 직접 투자전략을 배웠을 정도이다. 피셔는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을 위한 마지막 강의에서도 탁월한 경영진의 중요성을 첫째로 꼽았다.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필수인 것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탁월한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이 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피셔는 장기 투자할 기업을 찾기 위해 살펴야 할 15가지 원칙 중 절반 이상을 사람에 대한 기준으로 채웠다. 투자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능력, 임원 간의 관계, 노사관계, 경쟁업체 대비 경영진 능력, 투자자들에 대한 태도, 경영진의 진실성 등이다. 또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 업계 평가나 소문 등 뒷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중시했다. 예를 들면 해당 부문 경쟁업체들이 내리는 평가, 납품업체나 납품을 받는 업체들의 경영진에 대한 평가, 회사 내부 직원들의 평가까지도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자 중 한 명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 역시 중소형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으로 ‘최고경영진’을 꼽았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영업, 상품 개발, 브랜드를 상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중소형주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최고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선행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했지만 다시 버핏의 투자원칙을 정리해 본다.

첫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을 산다.

둘째, 장기 전망을 본다.

셋째, 경영자가 마음에 드는지 살핀다.

넷째, 마음에 드는 가격인지 확인한다.

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나는 수표에 서명할 것이다.―버핏, 2001년 4월 27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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