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헤지펀드는 박리다매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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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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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
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
한국형 헤지펀드 관련 입법예고를 계기로 헤지펀드가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기존 관련 상품의 운용성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헤지펀드란 레버리지 기법과 각종 운용전략을 활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헤지펀드라면 반드시 절대수익 창출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문제는 레버리지에 대한 이해다. 헤지펀드에 대한 정의를 단어 배열 순서대로 읽으면 레버리지 기법이 헤지펀드의 필수요소처럼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레버리지는 절대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필수요소가 아니라 각종 운용전략을 실행하면서 확보된 절대수익의 규모를 확대하는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헤지펀드 운용전략 관련 자료를 접할 때면 학창시절 한 분식점 벽에 걸려 있던 ‘박리다매(薄利多賣)’라는 문구가 떠오르곤 한다. 사실상 헤지펀드 주요 운용전략 중의 하나를 박리다매 전략으로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다.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학교 앞 분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박리다매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답은 간단하다. 글로벌 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절대수익의 규모는 매우 작다. 절대수익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레버리지다. 이로 인해 절대수익 규모가 증가하지만 동시에 위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절대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검증된 헤지펀드라고 해도 단기적인 금융시장의 위기와 충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해당 헤지펀드가 추구하는 전략과 현재의 시장상황이 맞지 않는다면 검증된 전략을 사용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일 수 있다. 또 절대수익 추구 전략의 특성상 금융시장의 활황시기에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 연초 이후 설정된 10억 원 이상 사모 재간접 헤지펀드의 최근 성과를 보면 헤지펀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장상황과는 독립적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절대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헤지펀드에 투자할 때는 일반적인 펀드 투자 때보다도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가을철에 쌀을 수확하기 위해 모내기를 하면서 일주일 뒤에 쌀을 수확할 것으로 기대하는 농부는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를 감안해 새롭게 태동하게 될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좀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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