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헤지펀드 연내 등장… 투자자들 ‘신뢰’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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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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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헤지펀드의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9월 정도에는 개정령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연내에는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금융투자 상품이 등장할 것 같다.

헤지펀드는 기존의 금융투자 상품과 다르다. 첫째, 투자의 목표가 다르다. 일반적인 금융투자 상품은 대체로 투자 대상의 가격 움직임에 그대로 노출돼 손익이 좌우된다.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을 때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고 주가가 내리면 손해를 보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상당수의 헤지펀드는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폭을 조절하면서 적정 수익률 이상을 꾸준히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적인 펀드에 존재하는 벤치마크의 개념이 헤지펀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목표수익률에 준하는 ‘허들 레이트(Hurdle Rate)’가 있다. 이를 넘어서는 수익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성과보수를 지불하여야 한다.

둘째, 투자 대상이 다르다. 기존의 금융투자 상품은 한두 가지 상품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식 또는 채권에 투자하거나 우리나라 주식 또는 특정 국가의 주식에 투자하는 식이다. 헤지펀드는 투자 대상이나 지역을 폭넓게 활용한다. 여러 종류의 자산과 다양한 지역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수행하기도 한다.

셋째, 투자 방식이 다르다. 기존의 금융투자 상품은 투자원금 이내의 자금을 투입하고 원하는 자산을 사서 기다리는 것을 기본 투자 방식으로 삼는다. 헤지펀드는 같은 자산군이라도 사고파는 것을 병행하기도 하고, 투자원금보다 더 많은 양의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투자의 시점을 결정하는 원칙도 다양하다. 어떤 이벤트로 자산가격이 급락한 때를 투자 기회로 삼거나 수리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에 따라 투자의 타이밍을 결정하기도 한다.

모든 헤지펀드가 절대수익률을 추구하고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수익률의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자랑하기도 하고 거대한 손실 앞에 파산하기도 한다. 국내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자산 등에 대해 일정률의 배분한도를 정하고 실제적인 배분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전형적인 포트폴리오 짜기 방식이었다. 헤지펀드는 위험의 양과 목표수익률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선뜻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기 단계에서 제도적인 변화와 인프라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핵심은 투자자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의 닻을 올리려면 우리나라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해 보겠다고 도전하는 매니저들이 실력을 보여야 하고, 그들을 믿고 능력과 경험을 사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헤지펀드 시장은 이미 검증되었다고 믿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판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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