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안전 자산인줄 알았던 金… 가격 곤두박질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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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내 친구]

금값 폭락… 글로벌 투자시장 지각 변동 (동아일보 2013년 12월 21일 13면)
금값 폭락… 글로벌 투자시장 지각 변동 (동아일보 2013년 12월 21일 13면)
《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 주식시장 주가가 상승해 그동안 금에 돈을 묻어 온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주식과 달러 투자로 돌아서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5월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금 가격은 계속 하락해 올해 초 대비 29%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금값이 이 정도로 폭락한 것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Q: 안전한 자산인 줄만 알았던 금이 최근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금이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금에 얽힌 경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금값이 올 들어 꾸준히 하락하면서 금값 폭등기에 자취를 감췄던 돌 반지 수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2년 전 28만 원까지 치솟았던 한 돈짜리 돌 반지는 최근 16만 원대로 떨어졌다. 금값이 쌀 때 미리 사 두겠다는 재테크 수요까지 몰리면서 순금 주얼리나 골드바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동아일보 DB
금값이 올 들어 꾸준히 하락하면서 금값 폭등기에 자취를 감췄던 돌 반지 수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2년 전 28만 원까지 치솟았던 한 돈짜리 돌 반지는 최근 16만 원대로 떨어졌다. 금값이 쌀 때 미리 사 두겠다는 재테크 수요까지 몰리면서 순금 주얼리나 골드바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동아일보 DB
● ‘금을 갖고 튀어라’… 화폐로서의 금

약 10년 전 금괴를 훔치려는 도둑들의 배신과 복수를 다룬 영화 ‘이탈리안 잡’이 개봉됐었습니다. 소형 자동차에 금괴를 가득 싣고 벌이는 추격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금에 대한 광기와 소유욕은 금의 재산가치가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변함없이 인정받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증권왕이던 제럴드 로브는 금에 대한 욕망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뿌리 깊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얘기했었죠.

금은 화폐가 갖춰야 할 속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특별한 재화입니다. 화폐가 되려면 희귀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는 내구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 쉽게 휴대할 수 있으면서 작은 조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금은 고대부터 화폐로 통용됐습니다. 금을 화폐로 사용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7세기경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은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화폐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은 금화를 만들어 금을 통한 상거래를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거래할 때마다 금의 무게를 일일이 재야 했지만 이때부터 금화 개수만 세면 됐던 거죠. 하지만 금화 가장자리를 깎아 내거나 금 부스러기를 내다 파는 등의 부정 행위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세기 말 아이작 뉴턴을 조폐국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뉴턴은 지금의 동전처럼 금화 가장자리에 톱니바퀴 모양을 넣는 방법으로 부정 행위를 방지했습니다.

금의 화폐 기능은 1978년 국제통화기금(IMF) 헌장 제2차 개정안에 따라 금에 의한 지급 의무 철폐, 공정가격 폐지가 발효되면서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금본위제 흔들

금화 대신 지폐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금본위제가 통화 체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금본위제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의 가치를 금에 고정시키는 제도입니다. 1914년까지 세계경제의 주요 통화는 모두 금본위제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1파운드는 곡식알 113개 무게의 금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정의됐습니다. 미국에서 1달러는 곡식알 23.22개 무게의 금으로 정의됐죠.

금본위제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양에 따라 국가경제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을 제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충분한 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필요한 통화량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금본위제는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화폐 발행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금본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그대로인데 통화량만 늘어나 이전에 정한 환율에 따라 화폐를 금으로 바꿔 줄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종전 후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다시 금본위제로 회귀했지만 1929년 대공황으로 금본위제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오랜 협상 끝에 ‘금-달러 본위제’라고 불리는 새로운 국제통화체계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탄생합니다. 이는 금 1온스에 35달러로 금의 가격을 고정시키고 다른 나라의 환율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대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의무를 지우는 체제였죠. 브레턴우즈 체제가 완전히 해체되는 1970년대까지 금은 가치의 척도이자 대외준비자산의 기능을 담당하며 세계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금값 하락은 위기 극복 신호

금은 석유, 곡물 같은 다른 자산과 달리 생산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지 않습니다.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도 없죠. 전 세계에 존재하는 금의 10% 정도만이 산업적 용도로 이용될 뿐 나머지는 중앙은행이나 가정의 금고 속에 보관됩니다.

재무이론에서 자산 가격은 자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의 현재가치지만 금의 가격은 이런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금은 땅에서 채굴해 녹인 다음 다시 땅에 묻고 그걸 지킬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할 뿐 아무런 효용이 없다. 화성에서 온 사람이 본다면 이 모습에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강맹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강맹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세계 경제가 혼란해져 기존의 통화 가치를 믿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금을 통해 재산을 보존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가 혼란해지거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값은 가파르게 올랐다가 위기가 안정되면 급격하게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죠. 오일쇼크와 정치적 혼란기가 계속됐던 1970년대부터 1981년까지, 9·11테러가 있었던 2001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축시켰던 2012년까지 금값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세상이 지옥으로 향하고 있을 때만 가격이 올라가는 자산”이라고 금을 혹평하기도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제 금값은 무려 29%나 하락했습니다. 경제위기의 바로미터인 금값 하락은 세계 경제가 오랜 침체와 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경제적, 사회적 불확실성이 감소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강맹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금#금 시세#금값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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