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케를 세계 최고의 술로” 日양조업계의 이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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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슈조 3대 오너 사쿠라이… 생산관리자 없애고 직접 제조
고객반응-데이터로 실험 거듭… 많이 깎은 쌀로 사케 고급화
“와인-위스키에 정면 도전”, 파리에 매장 열어 브랜드 홍보

좋은 술에서는 향기가 난다. 일본 사케 중 명주(名酒)로 꼽히는 닷사이(獺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를 키운 사람은 아사히슈조(旭酒造)의 3대 오너인 사쿠라이 히로시(櫻井博志)다. 1950년생인 그는 24세에 대기업형 양조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1984년 부친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부친이 운영하던 아사히슈조의 대표로 취임한다. 그러고는 회사를 철저히 뜯어고친다.

그는 기존의 발상을 거침없이 깨버린 탓에 ‘양조업계의 이단아’라 불린다. 일본 양조장은 구라모토(藏元)와 도지(杜氏)의 분업 시스템이다. 구라모토는 오너이면서 판매를 주로 담당하고, 도지는 생산 및 품질을 책임진다. 냉면집의 퀄리티가 냉면 주인의 손이 아닌 주방장 손에 달려 있는 것처럼 당연히 술의 퀄리티는 도지의 손에 달려 있다. 사쿠라이 회장은 관행으로 굳어진 기존 구조가 싫었다. 주방장의 손끝 기술로 술을 제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도지 제도를 폐지했다. 사원과 함께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데이터에 의한 제조 기법을 하나씩 장착시켜 나갔다.

특히 그는 닷사이를 고급화하는 데 주력했다. 쌀을 어느 정도 깎아내는가에 따라 사케에 붙이는 호칭이 달라지는데 40% 이상 깎아내면 긴조(吟釀), 50% 이상 깎아내면 다이긴조(大吟釀)라는 명칭을 쓴다. 많이 깎아낼수록 꽃향기가 강해지지만 기술력과 자금력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사쿠라이 회장은 ‘깎을 수 있을 만큼 깎아보겠다’며 여기에 승부를 걸었다. 그들의 술 중 ‘닷사이 39’는 61%를, ‘닷사이 23’은 77%를 깎아낸 술이다. 최고 등급은 ‘닷사이 비욘드’인데 어느 정도 깎았는지는 대외비다.

사케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 유명 셰프인 조엘 로뷔숑은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사쿠라이 회장은 2018년 4월 로뷔숑과 함께 파리 8구에 ‘닷사이 조엘 로뷔숑’을 개장했다. 사케는 신선도가 중요한 술임에도 불구하고 보관이 잘못돼 맛과 향기를 잃고, 마치 이 맛이 본연의 맛인 양 서양에 알려지면서 와인이나 위스키에 비해 저등급 술로 취급받는 모습에 분함을 느낀 그가 제대로 된 사케 맛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겠다며 파리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덕분에 닷사이는 일본 사케 중에서도 최고 등급을 가진 술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에 사케가 있다면 한국엔 막걸리가 있다. 시골의 조그마한 양조장을 일본 최고로 우뚝 세우고 다시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막걸리 가운데서도 이런 제품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ctory8.org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아사히슈조 3대 오너 사쿠라이#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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