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죽은 성인의 말씀보다 스스로 얻은 경험이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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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설파한 체험의 중요성
경험을 능가하는 지식은 없어… 상상력에 날개 입히는 VR-AR
4차산업시대 체험경제 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체험 경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술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다. 두 기술은 구현 방식과 응용 분야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가상과 현실의 혼합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인터페이스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영화를 예로 들면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에 가깝고 ‘아이언맨’은 증강현실에 가깝다. ‘매트릭스’는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상상만으로 뇌를 조작해 배가 부르게 하지만 ‘아이언맨’은 주인공이 껴입은 슈트가 신체의 힘을 더 강력하게 증강시킨다. VR와 AR는 현실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더 입힘으로써 현실과는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장자(莊子)는 우화를 통해 체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대청마루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이때 윤편이라는 궁중 목수가 대청 아래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물었다. “감히 묻겠습니다.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성인의 말씀이니라.” 윤편이 다시 물었다. “성인은 지금 살아계십니까?” 환공이 ‘죽었다’고 답하자 윤편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임금님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제나라 환공은 춘추전국시대 최초의 패자((패,백)者)로 천하를 호령하던 군주였다. 그 환공이 읽고 있는 책을 일개 목수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했으니 당장 목을 베일 수 있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 화가 난 환공은 윤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땅한 근거를 대면 살려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윤편은 이렇게 말한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지나치게 느슨하게 하면 헐거워서 수레와 바퀴의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빡빡하게 하면 꽉 조여서 수레에 바퀴를 끼울 수가 없습니다. 느슨하지도 않고 빡빡하지도 않게 하는 기술은 신의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것이라 말로는 전할 수가 없습니다. 옛날 사람은 그 전할 수 없는 도(道)와 함께 죽었습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모든 지식은 경험의 산물이다. 경험을 능가하는 지식은 없다. 우화에 나오는 목수 윤편의 말처럼 책에서 습득한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득한 지식만이 산 지식이 될 수 있다.

체험이 중요하지만 기존의 체험을 단순하게 재현하는 기술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체험을 통해 영감을 얻고, 그 영감에 상상력을 입혀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술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을 더욱 꽃피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상상력이다. 소비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험 경제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야 미래가 열린다.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장자 설파#체험의 중요성#4차산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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