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은 10년에 농업의 틀 바꿔야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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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쌀 협상 비준동의안을 어제 표결처리해 통과시켰다. 우리는 쌀 시장 개방을 10년 더 유예하는 대신 올해는 22만5575t, 점차 늘려 2014년부터는 매년 40만8700t을 수입해야 한다. 수입쌀을 종전처럼 모두 가공용으로 돌릴 수 없고 올해는 수입량의 10%, 이후에는 점차 늘려 30%까지 시판해야 한다. 내년 3∼4월이면 미국, 중국 쌀이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등장해 이것으로 지은 밥이 식탁에 오르게 됐다.

농민단체 등은 다음 달 13∼18일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이후로 비준을 늦추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분위기가 아니며 개도국 지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시간을 끌다 첫해부터 수입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쌀 시장 전면 개방 압력을 받고 WTO에 피소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 무역 12위에서 올해 11위로 올라선 우리나라로선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크다.

과격 시위를 낳은 농민의 불만은 쌀 수입 물량 때문이 아니라 농정(農政) 실패에 대한 반발로 봐야 한다. 늘어나는 농어가 부채, 중국 등의 값싼 농산물 대량 수입, 교육 및 문화 혜택 미비 등의 도농(都農) 격차에 대한 저항이 아니겠는가. 농가의 한숨과 눈물을 줄여 줄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행 중인 10개년 ‘농촌 살리기’, 5개년 ‘농촌 삶의 질 향상’ 계획 등도 개방에 따른 손실 보전보다는 근본적인 농업의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농민단체 회원 2000여 명이 다음 달 홍콩에서 반(反)WTO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원정시위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국내와 달리 불법시위를 엄단하는 홍콩에서 불상사가 빚어질 우려가 크다.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인 농산물시장 개방 문제와 그 대응책 논의는 거리가 아닌 협상테이블에서, 소모적이 아닌 생산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쌀 시장 개방까지 남은 1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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