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허진석/미군납 우유 논란 ‘진실과 오해’

  • 입력 2005년 5월 15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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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업계가 미군에 우유를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을 두고 시끄럽습니다. 예전에도 우유업계에서는 ‘고름 우유’와 ‘1등급 원유’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3월 말 남양유업이 미국살균유법령(PMO) 인증을 통과해 미군에 우유를 납품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크게 알리면서 시작됐습니다.

남양유업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사(自社) 제품의 전반적인 이미지 상승을 기대하고 홍보전을 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주들의 모임인 한국낙농육우협회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남양유업이 ‘PMO=세계적 품질’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해 소비자들이 국내 다른 회사의 우유는 마치 2류 제품인 양 오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우유회사들이 미군납 자격을 획득하지 않은 것은 경제성 때문이지 품질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미군에서 연간 발주되는 물량을 모두 합쳐 봐야 100억 원대인데 매일유업 한 회사만 해도 매년 2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특별히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란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칫 혼란이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균 수와 체세포 수로 구분하는 우유 품질 측면에서는 남양유업이나 다른 회사 우유 모두 최고 등급인 ‘1등급 우유’입니다.

이는 1997년 6월에 남양유업이 ‘우리는 1등급 원유로만 만듭니다’라는 광고전(戰)으로 먼저 치고 나간 뒤 생긴 결과입니다. 이후 다른 업체들도 모두 1등급 우유로 제품 품질을 향상시켜 오늘날 한국 소비자들은 좋은 우유를 마시고 있는 것입니다.

남양유업도 다른 회사 우유도 1등급으로 좋은 우유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만 자사는 젖소가 먹는 물까지 점검하는 PMO인증을 통과한 만큼 좀 더 안전한 우유를 만드는 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합니다.

어찌됐든 이런 논란 때문에 매일유업이 PMO인증을 신청했습니다. 다른 우유업체들도 이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는 사람이 경쟁하는 덕분에 우유품질은 더 좋아지길 기대합니다.

허진석 경제부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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