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홍수용/납세자들의 이유있는 항변

  • 입력 2005년 3월 1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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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아일보에는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기획기사(3월 7일자 A1·3면 참조)가 실렸습니다. 올해 국민 1인당 평균 국세(國稅) 부담액이 27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0.2% 증가하는 등 세금 급증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1인당 평균이 아니라 실제로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만 따지면 얼마냐”,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 “이만큼 걷어서 어디에 쓰는지를 따져보자”는 전화와 e메일이 쏟아졌지요.

세제(稅制) 분야에서 일하는 공무원 A 씨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국세청 설립 당시인 1966년과 2004년을 비교하면 국내총생산(GDP)은 800배로 늘어났고 총 세금 납부액은 1300배로 증가했습니다. 세금이 많이 늘긴 늘었죠.”

권혁철(權赫喆) 자유기업원 법세제실장의 지적을 들어 볼까요. “정부는 매번 조세형평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의 부담을 늘려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고 있다. 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의 부담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지는 않는가.”

현 정부는 욕심이 많아 보입니다. 국립대 기숙사와 군인아파트를 많이 짓고, 수천 km의 하수도를 정비하고, 일자리를 늘려 복지를 증진시키겠답니다.

하지만 벌써 내년 세금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부 활동의 효율성이 민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은 사업을 서두르지 말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공무원 A 씨의 생각을 들어 보면 세금 문제를 해결할 만한 힌트가 보입니다.

“정부가 세금을 늘릴 땐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고 납세자의 비판도 수용해야 합니다. 바쁘다고 서둘 일이 아닙니다.”

정말로 정부 당국자들은 정책을 마련할 때 납세자의 처지를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런저런 명분 아래 세금이 늘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과 언론도 좀 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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