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인사파동, 대통령 책임 가장 커… 친박 울타리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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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16>홍준표 경남지사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현 정권의 위기에 대해 “일부 친박, 특히 핵심 몇몇이 좌지우지하니까 정국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야당 인사도 포함해서 인재등용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현 정권의 위기에 대해 “일부 친박, 특히 핵심 몇몇이 좌지우지하니까 정국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야당 인사도 포함해서 인재등용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일부 친박, 특히 핵심 몇몇이 좌지우지하니까 정국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사파동 등의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에게 있다.”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60)는 친박(친박근혜)도, 친이(친이명박)도 아니다. 단칼 같은 이미지 때문에 ‘홍반장’이라 불린다. 그는 현 정권의 위기를 ‘친박의 전횡’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했다. 그것이 지지율 하락, 당내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날카로웠지만 독설이라기보다는 애정 어린 충고로 들렸다.

홍 지사는 2일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의 공동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 현 정권에 대한 충고, 경남미래 50년 사업의 비전, 정부 식수(食水) 정책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인터뷰는 채널A 이기홍 보도본부 부본부장과 동아일보 김정훈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의 낙마와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친박끼리 하니까 인재풀에 제한이 있다.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친박 아닌 사람, 야당 인사도 포함해서 인재등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검증도 국민의 일반적인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데 검증하는 고위 관료들이 ‘별것 아니다’라고 판단한다. 그것이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더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기준을 통과 못할 정도라면 총리, 장관 맡을 자격이 없다.”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지지도도 크게 떨어졌다. 여권의 난국 타개 방안은….

“범여권이 총결집해서 한마음으로 정권이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친박 핵심들 때문에 생긴 정국 운영 난맥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책임론은 어떻게 보나.

“비서실장이 대통령 뜻과 다르게 일을 할 수 있나.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게 비서실장이다. 인사파동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자신의 문제이므로 잘 생각해봐야 한다.”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은….

“정치하는 사람은 누구나 국가 운영을 한번은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단 한 명에게만 허용된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경남도정이 완성된 뒤 ‘국정을 맡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서면 나설 것이다.”

―대선 주자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이 되려면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2017년의 시대정신을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다. 2년 정도 지난 뒤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장의 3기 연임(12년 재임 가능)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지방자치단체장은 재선(8년)으로 족하다. 대통령 임기도 5년이다. 의회는 모르지만 집행기관의 장을 12년 동안 하면 지역에서 왕이나 다름없다. 법을 고쳐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취임했다. 철학이나 비전이 달라 업무 협조에 어려움은 없을까.

“교육을 보수와 진보, 좌와 우로 나눠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은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진보 교육감이라고 해서 불편할 일은 없다.”

―주요 공약이기도 한 ‘경남미래 50년 전략사업’의 핵심과 미래상을 설명해 달라.

“경남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든 기계산업과 조선산업으로 40년을 먹고살았다. 이제 한계에 왔다. 미래 50년을 끌고 갈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동부는 나노테크, 서부는 항공우주, 남부는 해양플랜트, 북부는 항노화클러스터 단지를 만든다. 기존 창원공단은 혁신산업단지로, 진주상평일반산단은 재생산단으로 바꾼다. 진해 웅동에는 284만 m² 규모의 글로벌 테마파크를 만든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달려가 폭스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임기 내 착공이 목표다.”

―미래 비전은….

“요즘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 점검을 한다. 경남미래 50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면 59조 원의 생산유발효과, 38만 개의 일자리 창출, 2062년 인구 350만 명(현재 340만 명)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경남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은….

“서부는 경남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다. 반면 인구는 22%, 지역 내 총생산은 17%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부 대개발에 나선다. 경남미래 50년 사업에 포함된 항공우주산단 조성, 항노화산업 육성을 비롯해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 서부청사 조기 개청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추진한다.”

―중부경남 주민과 부산 지역에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은….

“우리나라 식수 및 물 관리 정책이 아주 잘못됐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표류수(강물)를 식수로 쓴다. 관리를 해도 원수가 나빠서 좋은 물을 먹기는 어렵다. 수돗물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대부분 그대로 먹지 않는다. 화장실이나 설거지, 청소 등에 주로 사용한다. 화장실은 빗물이나 원수를 쓰고, 식수는 바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중수도(中水道)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도지사 재임 기간 가장 힘들었던 일은….

“진주의료원 폐업이었다. 일부에서 ‘보수의 아이콘’ 운운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동안 보수-진보의 이분법에 얽매이지 않았다. 이른바 ‘좌파 정책’도 많이 주도했다. 모든 것은 나라의 이익, 국민의 이익을 기준에 둔다. 진주의료원은 경남도민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강성노조가 일 안 하고 월급만 받아가는 구조여서 폐업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선을 허락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생의 마지막 공직이 될지도 모르는 4년이다. 도정을 맡아서 미래 50년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앞으로 50년 동안 고향의 후손들이 먹고사는 터전을 마련해 주려는 충정이다. 정치적 의도나 목적은 없다.”

홍 지사 인터뷰는 7일 오전 8시 채널A ‘시도지사에게 듣는다’에서도 볼 수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가 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가운데), 김정훈 동아일보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창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가 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가운데), 김정훈 동아일보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창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큰 꿈 꾸는 ‘홍반장’ 여민동락 시동 ▼

사회적 문제 제기로 보폭 넓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일 오전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도청 앞 중앙화단에서 큰 무궁화 한 그루를 심고는 한참을 쳐다봤다. 꽃이 활짝 핀 이 무궁화는 수령 30년에 직경 26cm, 높이 2.5m다. 무궁화로 기념 식수를 하는 일은 드물다.

홍 지사는 “젊은이들이 ‘애국심’을 고루하다고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 정치인들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 안타깝다. 공무원이라도 애국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홍 지사 주변에서 차기 대권과 관련이 있는 듯한 ‘시그널’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국심 거론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의 3연임 반대, 맑은 식수 공급을 위한 댐 건설 확대 등 정치 사회적 문제 제기도 그런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강성노조와의 전쟁’에 이어 ‘식수 정책 전환’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도 눈길을 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경험도 적극 살릴 태세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그는 대권 도전의 꿈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인(人) 부족, 세(勢) 부족’. 홍 지사가 그의 말대로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어려운 자리’에 도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답은 그가 2기 도정의 좌우명으로 삼은 여민동락(與民同樂·주민과 즐거움을 함께한다)을 잘 실천하면서 ‘그릇’을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렸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홍준표 경남도지사#인사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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