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기자의 人]손의섭 이사 “요양병원은 고령사회의 굿 파트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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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요양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의섭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사업이사(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이사장)는 “일반국민과 정부당국이 요양병원을 혐오시설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근린생활시설이자 고령사회의 굿 파트너로 인식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요양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의섭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사업이사(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이사장)는 “일반국민과 정부당국이 요양병원을 혐오시설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근린생활시설이자 고령사회의 굿 파트너로 인식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나이가 들면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아이들 결혼과 본인들의 노후 문제다.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런 화제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 결혼이야 자기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짐짓 쿨한 척 하더라도, 노후 문제는 그럴 수 없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후 올해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6년경에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되는데 걸린 기간은 17년으로 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독일 40년, 일본 24년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문제는 속도보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와 개인의 준비와 정책이다. 한국의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 노인들의 삶은 팍팍하다 못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그런 와중에 주목을 받는 것이 노인요양병원이다. 노인들의 힘든 만년에 그나마 도움을 줄 것 같은 존재여서다. 그래서 이 방면의 전문가를 만나봤다. 그런데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쪽은 보람도 있지만 불만도 많은 것 같다.

“장례식장은 누구나 이용하는 시설이다. 그런데도 혐오시설로 생각한다.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도 비슷하다. 이런 현실은 요양병원의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은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노인들의 노후를 자식들이 책임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요양병원을 노인 의료와 노인 복지의 일익을 담당하는 근린 생활시설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이는 손의섭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사업이사(69)다. 그를 15일 동아일보에서 만났다. 손 이사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서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도 요양병원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 그렇지만 정부당국까지 요양병원이 너무 많다며 홀대하거나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내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이 인터뷰는 요양병원협회의 주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노인의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주장을 환기함으로써 정책 개선에 참고가 되길 바랄 뿐이다).

손 이사는 요양병원에 적용하는 일종의 포괄수가제인 ‘일당정액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환자를 최고도, 고도, 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 경도, 신체기능 장애군 등 7등급으로 나눠 의료수가를 정하고, 이에 따라 하루 일당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에 따라 수가를 책정하는 미국의 SNF(Social Nursing Facilities)제도를 본 딴 것인데, 이 제도는 돌봄(케어)이 주목적인 요양원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치료까지 하는 요양병원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 받는 수가가 정해져 있다 보니 병원경영자측은 의료행위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줄이게 되고, 결국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손 이사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에게는 급여지원을 안 해주고 있어 간병비와 간병인 수급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의료법에는 간병인에게 급여지원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현재는 안 해주고 있고, 그러다보니 간병인을 구하는 게 매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즉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6년 전만해도 간병인을 월 140만~150만원에 고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220만~230만원을 줘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조선족)을 많이 고용한다. 손 이사가 운영하는 병원도 간병인 40명 중 38명이 조선족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에서는 우선적으로 한국인을 채용하라고 하면서 단속을 하고 있어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우문현답(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 안 통한다는 것이 손 이사의 불만이다. 협회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이나 베트남인, 몽골인 등은 자유롭게 간병인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경영자측의 불만을 자극하는 일이 또 생겼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의료정책(문재인 케어)과 같은 달 개최한 제1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우선 치매국가책임제. 진료비 부담이 높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치매환자는 본인부담을 연간 최대 120일까지 10%로 낮춰주는 산정특례(算定特例)를 적용해주기로 했는데, 요양병원은 최대 60일만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25만여 명의 환자 중 치매를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환자가 약 80%인 20만 명이다. 이는 전체 치매환자의 30%나 된다. 치매환자의 절대 다수를 돌보고 있는 요양병원을 산정특례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일반병원이나 도립·시립병원만을 치매안심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다.

“치매안심센터 운영은 지역 상황에 따라 정부 직영과 위탁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게 좋겠다. 민간병원 및 시설이 치매안심병원 또는 치매안심형 시설로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이동우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부이사장·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동아일보 2017년 9월 21일자 기고).

협회가 홀대를 한다고 지적하는 것들은 또 있다. 신설한 환자안전관리료 지원,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본인부담상한제, 상급병실 건강보험 적용 등에서도 요양병원을 제외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모든 정책이 모든 당사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요양병원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정부당국이 지원은 안 하면서 규제만 한다는 피해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손 이사는 말한다.

“시장논리에 따르라면서 규제는 일방논리다. 정책을 결정할 때도 경영자측의 의견은 시민단체, 교수, 복지행정가들의 의견에 묻혀 무시되기 일쑤다.”
그는 “허가를 받을 때의 조건이 있었고, 그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허가를 받은 것이다. 나중에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면, 지원도 고려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지적한다.

그가 예를 드는 것은 환자 300명당 한명씩 야간당직 의사를 두라거나, 간호사를 80명당 한 명으로 늘리라거나, 거액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새로 설치하라거나 하는 것 등이다. 다른 요양기관의 수가는 10% 가까이 인상됐는데 요양병원의 인상율은 1.8%에 불과하다고 한다. 손 이사는 최근 병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병상과 병상 사이를 1m50㎝로 넓히라는 지시에 따라 200개 병상 중 37개 병상이 줄어드는 바람에 빚을 내서 새 병동을 짓고 있다.

물론 모든 요양병원이 정부당국을 비판할 정도로 건전하고 정직하게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협회는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요양병원은?’이라며 환자유인알선, 본인부담금면제 조작, 폭행과 신체억제대 오남용, 허위청구와 불필요한 치료 권유, 시설과 환자 안전 취약 등을 요양병원의 문제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비단 시민단체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요양병원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협회는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그런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손 이사는 일부 요양병원의 일탈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소임은 민간기관들과 협력을 해가며 옳은 해법을 찾는 것이다. 요양병원을 협력자, 동반자로 인정해도 폭증하는 노인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도 요양병원이 너무 많다거나, 돈을 잘 버니 많이 생기는 것 아니냐며 규제를 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규제와 단속을 하더라도 요양병원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전국의 요양병원은 현재 1410여개 쯤 된다(병상수 28만개, 전체 병상의 40%). 2010년에 867개였으니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해마다 110~150개 정도가 폐업을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요양병원 사업도 그리 안정적이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손 이사는 1973년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수년간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사를 그만두고 유한양행과 롱프랑제약에 들어가 10여년 넘게 병원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영업을 아주 잘했다고 한다) 병원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그 후 건강식품과 버섯균사체추출물을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암이나 불치병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고 한다. 2001년 남양주시에서 기존병원을 인수해 요양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2007년 새로 병원을 지어 본격적으로 요양병원 사업에 몸을 담았다. 지금은 의료법인 매그너스의료재단을 만들어 그 밑에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남양주시)과 암환자 전문 요양병원인 암스트롱요양병원(춘천)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요양병원 임원들과 함께 독일의 암 요양병원 4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독일에서는 의료수가를 정부 당국이 정하지 않고 병원과 보험회사가 협상으로 결정한다. 환자가 80명인데 병원인력이 245명인 곳도 있었고, 프랑크푸르트 의과대학 부속병원은 암환자 200명에 병원인력이 645명이나 됐다. 암 환자가 생기면 그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현실은 독일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그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맞다. 요양병원이 어디까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다만, 정부당국, 요양병원, 전문가, 그리고 일반국민들이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가 온 것만큼은 분명한 듯하다.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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