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4>이상벽 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이 말하는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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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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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꼭두각시 거부했던 똑똑한 연예인… 강한 주인의식으로 글로벌 K-POP 선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아시아 진출을 시작하면서 썼던 “함께 꾸는 꿈은 전혀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라는 글을 늘 되새긴다고 한다.” 동아일보DB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아시아 진출을 시작하면서 썼던 “함께 꾸는 꿈은 전혀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라는 글을 늘 되새긴다고 한다.” 동아일보DB
이수만은 유난히 눈이 작다. 웃으면 그의 눈은 더욱 작아진다. 그런 그가 무슨 수로 세계시장을 향해 눈을 그렇게나 크게 부릅뜰 수 있었을까.

‘깻잎머리를 한 채 청바지를 입고 다니던, 유난히 까만 얼굴의 가수.’ 내가 신문기자로 일하던 시절 ‘가수 이수만’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다. ‘행복’과 ‘한 송이 꿈’ 가사를 아직 기억할 정도지만 그를 직접 취재할 기회는 없었다.

내가 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 KBS ‘신혼은 아름다워’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제주도에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녹화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는 내 전임 사회자였다. 나는 당시 ‘주부가요열창’을 진행하다가 ‘신혼은…’을 맡게 됐다. 가수 출신으로 노래를 겸할 수 있어 장점이 많은 사회자 이수만을 대신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살짝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나는 ‘아침마당’의 붙박이 사회자가 됐고 이수만은 자신의 이니셜을 따 SM을 차리면서 한때 동료 사회자로 일했던 우리 인연은 갈렸다. 처음 SM은 자그마한 개인사무실 수준이었고 프로그램 사회자 후배들을 배출하는 일 위주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SM은 남성 아이돌그룹 H.O.T.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S.E.S. 보아 동방신기 그리고 소녀시대를 탄생시키면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불과 수년 사이에 ‘SM공화국’을 이룩한 것이다. 지난해 한 외국잡지는 ‘올해의 인물 K-pop 챔프 이수만 가상국가에 10만 명이 국민 되다’라는 헤드라인을 뽑았을 정도다.

요새 이수만은 서태지보다 더 깊이 잠수했다. ‘대통령 만나기보다 어렵다’고들 내 주변에서도 야단이다. 나 역시 협회 일 때문에 그를 접촉했지만 결국 도움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라 밖에서는 2010년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특강에 이어 지난해 스탠퍼드대에서도 강의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를 초대해 공로를 격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해야 할 문화외교를 거의 혼자 이룩한 데 대한 공개적인 인증이라고 할까,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대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상벽 이사장
이상벽 이사장
이런 이수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쏠린다. 사업수완이 뛰어난 사람인가, 운이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스타를 가려내는 선구안이 좋은가. 이수만과 한 시절 같이 뛰었던 동료 연예인들은 예전부터 예지력과 분석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주인의식이 강했다는 증언이 많다. 가령 본인이 사회를 맡은 프로그램에서도 PD가 시키는 대로 그냥 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 나름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치밀한 면뿐만 아니라 사회자 출신다운 친화력과 오랫동안 노래를 부른 가수다운 서정성도 도움이 됐으리라 짐작한다.

여러 기획사 대표가 TV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지만 이수만만큼은 철저히 숨어 있다. 유독 자기 의지가 강했던 과거 그의 스타일에 비춰 보면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스타 메이커로서 현재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 탓이리라.


어쨌든 이수만은 꽤 멀리 나가 있다. 동남아를 넘어 미주지역으로, 마침내 유럽을 움직이고 있다는 건 엄청난 전파력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고 우리 가수의 몸짓을 따라하고 태극기가 그들 손에서 물결치고…. 꿈같은 얘기다. 이 엄연한 사실 앞에 이수만이라는 중년의 한국인이 서 있다.

이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수만을 제치고 국가사업으로 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 차원의 측면 지원, 말하자면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채널 차원에서의 접근이어야 한다. 가령 케이팝 진흥후원회나 진흥재단을 만들어 민간 개념의 해법을 찾는 방식이다. 그런 방식으로 공연문화로 시작된 한류를 한식, 한복, 한옥으로 불붙여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다. 그러나 인적자원이 있어 비전이 있는 나라다. 사람의 머리와 손끝으로 이루어지는 굴뚝 없는 산업의 나라다. 좀 더 글로벌한 문화대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팔을 걷어붙일 필요가 있다. 맨 앞줄에 선 이수만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이상백 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이상백#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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