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릴레이 인터뷰<5>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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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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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사회참여, 이 둘은 나의 의무”

사회적 발언 계속하는 한편
복지국가 법률적 기초 연구
‘넌 어느편’ 편가르기식 사고
한국사회 생산적 논의 막아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기획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으로 선정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 교수는 학문과 함께 ‘앙가주망(사회 참여)’을 자신의 의무로 꼽았다. 홍진환 기자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기획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으로 선정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 교수는 학문과 함께 ‘앙가주망(사회 참여)’을 자신의 의무로 꼽았다. 홍진환 기자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해 강연이나 기고 등을 통해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술, 번역도 많다. 그동안 국문 논문만 60여 편에 이른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5)에게는 어느새 ‘진보적인 법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기획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으로 선정된 조 교수는 13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학문과 ‘앙가주망(engagement·사회 참여)’은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사회적 참여를 하면서 복지국가에 필요한 법률적 기초를 연구하려고 합니다. 2020년의 한국은 사회권이 실현돼야 합니다. 육아·교육, 취업, 주택, 노후 등 정치적 좌우를 떠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잖아요.”

조 교수는 1980년대 말 대학원 조교로 있으면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을 도왔다가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5개월간 구치소생활을 했다. 그는 “사로맹 핵심 간부였던 백태웅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고향·학과 선배여서 자금 지원과 글을 써주기도 했다”며 “나는 사로맹에 이견도 있었다. 세상 살이가 그것(사상)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조 교수는 한국 사회의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과잉 정치화’를 꼽았다. 정책을 두고 사실 여부와 적실성(的實性·현실에 도움이 됨)을 따지기에 앞서 ‘너는 어느 편이냐’를 묻는 ‘진영론적 사고’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은 좌파적 지식인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합니다. 말로는 현재의 ‘문화 프랑스’의 기초를 닦았어요. 한국 사회도 정당들이 정치적 욕설 교환을 통해 ‘너는 어느 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표를 확보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해요.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좌우 진폭이 큰 것보다 합의의 영역이 넓은 사회가 바람직합니다. 보수적이라는 동아일보가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나를 100인 중 1명으로 선정한 것도 소통과 상호인정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교수는 인권 문제에 대해 “‘촛불시위’의 표현의 자유, 북한 인권 문제 등 큰 이슈에만 관심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임신한 여고생이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할 권리’ 등 작아 보이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상대적으로 젊고 서울대 교수라는 ‘간판’ 때문에 “곧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이 받는다. 조 교수는 “정치인은 어떻게든 51%의 표를 얻는 것이 목적이지만 지식인은 10%의 지지를 받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해야 한다”며 “‘일회용 불쏘시개’가 되는 일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의 연구실 탁자에는 거친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모습 위에 ‘운명은 겁내지 않는 자를 사랑한다’는 경구가 인쇄된 사진이 유리판 아래 깔려 있었다. 조 교수는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이 보라고 놓은 것”이라며 “청년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기보다는 창의성을 갖고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분야에 뛰어드는 과감함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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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 동아닷컴 뉴스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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