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LPGA 39년만에 3관왕…‘남달라 깡’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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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던 꼬마숙녀가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박성현이 미국 LPGA 투어 진출 첫 해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하고 정상에 우뚝 섰다. 신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쾌거를 이뤄낸 박성현의 환한 웃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수줍음 많던 꼬마숙녀가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박성현이 미국 LPGA 투어 진출 첫 해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하고 정상에 우뚝 섰다. 신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쾌거를 이뤄낸 박성현의 환한 웃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루키시즌 LPGA를 지배한 조용한 승부사
소주 4병까지 접수했던 ‘그녀의 풀스토리’

조용한 성격이지만 소주도 잘 마셨던 그녀
필드 서면 파워풀한 스윙으로 과감한 승부
루키시즌 ‘신인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
박성현 “내가 무슨 일 해냈는지 실감 안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처음 잡았던 장발의 소녀가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단발의 여왕으로 성장했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첫 해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하고 3관왕에 오르며 LPGA를 자신의 무대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박성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공동 6위로 마쳤지만 3개 부문 수상을 확정지었다. 신인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 3관왕은 1978년 낸시 로페즈(60·미국) 이후 역대 2번째다. 과연 어떠한 숨은 힘이 ‘신예’ 박성현을 세계무대 정상으로 이끌었을까.

박성현의 유년시절 모습.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박성현의 유년시절 모습. 사진제공|세마스포츠마케팅

●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은 ‘골프’

시작은 우연이었다. 2000년 서울 유현초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어린이 박성현은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골프가 어떤 스포츠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접한 골프공과 클럽이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놓을지도 당연히 알 수 없었다. 또래 아이들처럼 머리를 허리춤까지 기른 채 학교에서 뛰놀던 소녀가 박성현이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코치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흥미를 붙였다. 입문 2년 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꼈던 장발을 싹둑 잘랐다. 당시 코치의 단호한 명령에 반항도 했지만 거스를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훗날 다양한 매력을 품게 된 ‘숏커트 골퍼’ 박성현이 이때 탄생했다.

현일중~현일고를 거치며 성인무대로 나온 박성현은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입회해 본격적인 프로생활에 뛰어들었다.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2부 투어에서도 1부 투어에서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절치부심한 박성현은 2015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KDB대우증권 클래식과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연거푸 제패했다.

그리고 2016년. 마침내 박성현의 시간이 찾아왔다. 한 시즌에 무려 7승을 거두며 KLPGA 무대를 평정했다. 동시에 미국진출의 문도 두드렸다. LPGA 비회원 자격으로 가끔씩 출전했지만 상금랭킹 40위 안에 들며 시드권을 확보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LPGA 정회원이 된 선수는 박성현이 최초였다. 그가 좋아하는 별명 ‘남달라’처럼 골프 스타일도 미국 진출도 남달랐다.

박성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성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강단 보여주는 ‘소주 4병·염색 마니아’

“조용한 성격이며 사교성이 부족하지만 활동성이 있다.”

KLPGA 홈페이지가 설명해놓은 박성현의 개인 프로필이다. 묘사대로 박성현은 골프계에서 말수가 적은 선수로 통한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묵묵히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나마 대회 도중 간간히 진행되는 인터뷰가 특유의 중저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의 전부다.

그러나 필드 안에서만큼은 정반대다. 클럽만 잡으면 냉정하고 강단 있는 승부사로 변신한다. 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박성현은 지난해 12월 열린 팬미팅에서 “소주를 4병까지 마셔본 적이 있다”고 깜짝 고백했다. 이뿐만 아니다. 20대 초반에는 한 달에 한 번 간격으로 염색을 시도했다. 머리에 입혀보지 않은 색깔이 없을 정도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박성현 만의 성격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이러한 강단은 미국 무대에서 강점으로 통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장기인 파워풀한 스윙을 앞세워 입지를 넓혔다. 뿌듯한 성과 역시 이른 시간에 나왔다. 7월 전통의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정상을 밟고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어 8월 캐나다 퍼시픽 오픈에서 2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LPGA를 자신의 경연장으로 만들었다.

3관왕을 확정지은 뒤 박성현은 “내가 무슨 일을 해냈는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게 돼 아직 얼떨떨하지만 그래도 상을 받고 나니 기분 하나는 최고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서 “사실 쉬고 싶은 마음도 있어 대회가 빨리 끝났으면 했다. 그런데 막상 끝나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휑한 기분이다. 아쉬운 순간들도 떠오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즐기는 마음을 안고 투어에 나서겠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 박성현은?

▲1993년 9월 21일생
▲키 171㎝·몸무게 60㎏
▲유현초~현일중~현일고~한국외대
▲소속팀=KEB하나은행
▲소속사=세마스포츠마케팅
▲프로데뷔=2012년 KLPGA 입회
▲입상경력=2015년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준우승, 2016년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 2017년 LPGA US오픈 우승·캐나다 퍼시픽 오픈 우승
▲수상경력=2016년 동아스포츠대상·KLPGA 상금왕·다승왕·평균타수상·인기상·베스트플레이어상, 2017년 LPGA 올해의 선수상·신인왕·상금왕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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