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신데렐라 김지현 “골프에 눈 뜨게 해준 두 스승께 감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3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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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무명의 시간을 보낸 김지현(가운데)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따내며 여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18일 한국여자오픈 우승 직후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기뻐하는 김지현의 모습. 사진제공 | KLPGA
7년간 무명의 시간을 보낸 김지현(가운데)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따내며 여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18일 한국여자오픈 우승 직후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기뻐하는 김지현의 모습. 사진제공 | KLPGA
5년간 1·2부 오르락내리락…올해 벌써 3승
대반전 이끈 김상균 감독·안성현 스윙코치
김 감독 “기본기 좋아 분위기만 바꿔줬을뿐”

그녀가 활짝 웃었다. 프로 데뷔 8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하고 있는 김지현(26)은 요즘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7년간 우승 한 번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3승을 거두며 단숨에 강력한 새 여왕 후보로 떠올랐다.

자고 일어나면 김지현과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한 달새 그녀는 KLPGA 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됐다. 4월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6월에는 S-OIL챔피언십과 한국여자오픈을 잇달아 제패하는 등 우승트로피를 3개나 수집했다. 우승으로 벌어들인 상금만 5억8000만원을 넘기면서 상금랭킹 1위로 우뚝 섰다.

김지현은 매우 평범한 선수였다. 2009년 드림(2부)투어로 시작한 프로생활은 눈길을 끌지 못했다. 1년 동안 2부투어에서 활동한 뒤 2010년 정규투어로 올라왔다. 그러나 상금순위 73위에 그치면서 50위까지 주어지는 시드 유지에 실패했다. 다시 2부투어로 내려갔다. 1년 동안 재기를 노린 김지현은 이듬해 다시 정규투어에 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했다. 상금순위 81위에 머물렀다. 겨우 시드전을 통해 정규투어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에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52위로 다시 또 시드전에 내몰렸다. 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반복됐던 불안한 투어활동에 지칠 대로 지쳤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빛나게 만들기까지는 두 남자의 역할이 컸다. 안성현 스윙코치와 김상균 한화골프단 감독을 만난 뒤로 김지현의 골프인생은 확 달라졌다.

김지현. 사진제공|KLPGA
김지현. 사진제공|KLPGA

안 코치는 일찍 투어활동을 접고 스윙코치로 나섰다. 그는 여자프로골프 무대에서 꽤 잘 나가는 코치다. 이정민(25), 조윤지(26) 등도 그와 함께하면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런 그에게 김지현은 좀더 특별했다. 될 듯하면서 되지 않았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 그러나 그는 믿고 있었다. 안 코치는 언론과 만나 얘기할 때마다 “(김지현이가) 우승할 때가 됐다. 좀만 기다려봐라”며 신뢰를 보였다.

안 코치를 만난 이후 김지현의 성장은 눈에 보일 정도였다. 2014년 상금랭킹 22위에 이어 2015년 12위까지 올랐다. 단 하나 아쉬움은 우승이 없다는 것이었다.

성장 과정에서 실패의 아픔도 경험했다. 지난해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가장 큰 아픔이었다. 결승까지 올라간 김지현은 강적 박성현(24)을 상대했다. 의외의 선전을 펼친 김지현은 경기 중반까지 앞서가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견뎌내지 못했고,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안 코치는 “더 열심히 하자”며 김지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실패했지만, 믿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김지현은 “안 코치님을 만난 이후 골프에 새로운 눈을 떴다. 안 코치님은 늘 긍정적으로 지도하셨고, 그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김지현을 두고 안 코치는 “전부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다. 잘 될 줄 알았다”며 뒤로 물러섰다.

김 감독 역시 김지현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김지현은 2015년까지 CJ의 로고를 달고 뛰었다. 2부투어에서 활약하던 때부터 CJ가 공을 들였다. 아쉽게도 CJ와 함께하는 동안에는 우승하지 못했다. 그런 김지현을 유독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이가 김 감독이다.

김지현. 사진제공|KLPGA
김지현. 사진제공|KLPGA

김 감독은 CJ와 계약이 종료되자마자 김지현을 한화로 데려왔다. 그리고 1년여 만에 꽃을 피웠다. 그 덕분에 요즘 김 감독의 입은 귀에 걸렸다. 그는 “아까운 선수였다. 2부투어 시절부터 예의주시했는데, 기본기가 좋았기에 분위기만 바꿔줘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저 없이 김지현을 선택했고, 김지현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의 영입에는 한화골프단의 터줏대감격인 윤채영(30)의 숨은 역할도 컸다. 무명 시절부터 자신을 후원해준 CJ를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것에 망설이던 김지현을 만나 함께 뛰자고 제안했다. 김 감독은 “윤채영이 아니었더라면 김지현이 한화골프단으로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윤채영의 역할이 컸다”고 귀띔했다.

올해 한화골프단에는 김지현뿐이다. 다른 모든 선수는 해외로 무대를 옮겼다. 그럼에도 김지현만을 위해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김지현은 대회 기간 중에도 언제든 체력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는 “국내에서 뛰는 선수가 김지현 1명뿐이라 ‘성적이 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며 살짝 걱정했다. 그때 김지현이 다가와 ‘감독님, 제가 열심히 할게요’라며 안심을 시켰다. 그런데 진짜 일을 내고 있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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